개강 맞은 외대, 곳곳서 갈등 흔적 발견
‘尹 탄핵 찬성’ 대자보부터 서명운동까지
‘시국선언 예고’ 한양대, 충돌 우려 목소리
대책 마련하는 대학들…서울대, 허가제 논의
[이데일리 김형환 정윤지 기자] 새내기 대학생들이 처음 캠퍼스를 밟은 4일, 설렘을 가득 안고 등교했지만 그들이 마주한 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의 잔해였다. 평소라면 새내기 맞이에 분주했던 재학생들도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데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아울러 개강 후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예고된 대학에서는 충돌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 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학생들이 ‘윤석열 탄핵 찬성 시국선언’과 관련한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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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에는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지만 ‘내란세력 물러가라’,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지지한다’는 등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더욱 눈에 잘 띄었다. 한 동문이 보낸 입학 환영 현수막에는 “25학번 새내기 입학을 환영한다. 민주주의의 봄을 함께 맞이하자”며 “일부 극우들은 그럴 줄 알았다. 우리는 휩쓸리지 말자”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캠퍼스 전반적으로 동아리 안내 부스와 신입생용 환영 키트를 나눠주는 등 새학기 분위기가 물씬 났지만 곳곳에서는 탄핵 찬반 집회의 여파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일부 학생들이 인문과학관 1층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시국선언 서명’을 받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을 가던 발길을 멈추고 서명을 하고 있었고 한 학생은 “탄핵에 찬성한다”며 서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2차 탄핵 찬성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영미문학문화학과 22학번 조세연씨는 “탄핵 반대 세력들이 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대학 대부분의 의견인 것처럼 비치는 것 같아 대학생 대부분은 탄핵을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시국선언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게시판 곳곳에서도 탄핵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대자보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탄핵 찬성 의견이 담긴 대자보들이었다. 신입생들을 중심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LD학부에 입학한 김모(19)씨는 “시위의 자유가 있으니 탄핵 찬반 시국선언은 상관없는데 시기가 아쉽다”며 “개강하는 시기에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본관 앞에서 개강을 맞이한 학생들이 단체로 셀카를 찍는 등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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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캠퍼스는 외대와 비교할 때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탄핵 시국선언이 예고된 탓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화여대나 한국외대 등에서 탄핵 찬반 시국선언이 동시에 일어나며 외부 세력이 다수 개입, 충돌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A(19)씨는 “이화여대에서 한 유튜버가 학생들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 학교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학가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부산대·숭실대·한국외대·서강대 등은 집회 참가자 및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지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정문 앞 등 외부에서 열리기도 했다. 서울대의 경우 집회 주최 측에 인원과 장소, 음향기기 사용 여부 등을 적은 신고서를 사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사전 허가제’를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