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이연호 성세희 이정현 기자]“소행성 채굴이나 언어를 익히는 즉석 캡슐이 등장하는 등 공상과학영화(SF)에서나 보던 현실이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전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등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김홍탁 인터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 ‘로봇이 묻고 인간이 답하다’ 세션5에서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본질은 인간의 정서”
김 대표는 “인간의 정서를 이해하고 기술을 접목해야 AI(인공지능)시대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발간된 미래 보고서에는 앞으로 10년 안에 3D 프린트로 간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조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SF영화 같은 시대가 도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해답으로 제시한 ‘본질’은 인간의 정서였다.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습관을 바꾸려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성과 정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인간은 원시시대 수렵과 채집하던 시절 습관도 아직 몸에 간직할 정도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그만큼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습관을 바꾸려면 인간이 느끼는 감정 등 감성과 정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습관을 바꾼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사업체로 세 곳을 꼽았다. 바로 모바일 차량 예약 이용 서비스인 우버, 배달음식 검색과 주문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였다.
김 대표는 “이들 업체는 모두 택시나 음식점, 숙소를 단 한 곳도 갖고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들 업체는 인간의 정서와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더라도 감흥을 느끼지 못해 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기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는 이성의 도구화가 나빠서 이런 걸 막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AI, 올해 흥행영화 알고 있다”
장진 영화감독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이미 현실에서 시작됐다”며 “미래학자들은 영화 속에 펼친 상상력이 현실화 되는 것은 1%도 되지 않을 것이라지만 몇몇은 이미 현실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진 것은 바둑이 인간 고유의 창조를 기반으로 우위에 있다는 선입견 탓”이라고 언급했다.
장 감독은 현재 영화 흥행 예측시스템에 인공지능이 도입됐음을 시사했다. 장 감독은 인공지능은 제작과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영화의 소재를 선택하는데 인공지능에 기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장 감독의 전망이다.
장 감독은 “영화는 창작의 영역이기에 감독들이 인공지능에 따르진 않을 것이며 돈 때문에 창작자들이 인공지능을 따른다면 물질이 만능인 사회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돈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위하는 인공지능이라면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시대 인간 감성 공생하는 콘텐츠 필요”
이덕재 CJ E&M 방송콘텐츠부문 대표는 “AI 시대에 인간 감성의 영역이 공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1차원적으로 개인의 소비 차원에서 끝났던 과거의 미디어 환경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구조화돼 진화하는 ‘유기적 콘텐츠 네트워크’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는 방송 사업자에서 콘텐츠 사업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디지털시대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으로 ‘콘텐츠를 브랜드화하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그는 이를 위한 4가지 전략적 요소로 스토리텔링,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화, 팬 만들기, 스마트 미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이 대표는 AI시대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AI 자체가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고 제작환경에서 AI가 쓰이면 전혀 다른 창작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