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럭(사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프로그램 디렉터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CSIS 주최 한미 투자협상 세미나에서 “모든 파트너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히 관세율이 얼마냐가 아니라 다른 파트너들과 비교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관세율 격차가 5%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지는 상황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업계와 얘기해보면 미국의 파트너 국가와 중국 간 관세 차이가 10%포인트라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생산비와 공급망 경쟁력을 고려하면 한국이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것만으로 시장 우위를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최근 미·중 협상은 이런 우려를 현실적인 점검 과제로 만들고 있다. AP통신은 20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의 뉴욕 회동을 전하며 양국이 소비재·농산물·에너지·의료기기 등 안보상 민감하지 않은 품목의 관세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폭과 대상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도 품목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산 경쟁 제품의 관세가 내려가면 한국산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지만 이를 모든 산업에 일괄 적용할 수는 없다. 기업별로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적용 관세와 중국산 경쟁 제품의 관세를 비교해야 한다. 관세 인하가 미국산 제품에만 적용하는지, 양국 제품에 함께 적용하는지도 확인할 대목이다.
한국의 투자 집행 논의도 구체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일 한국 정부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약속에 따른 첫 투자사업을 이번 주 국회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럭 디렉터는 “3500억달러는 그야말로 엄청난 금액이다”며 “연간 200억달러조차도 큰 규모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투자 약속은 5500억달러로 한국보다 크지만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의 상대적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자금을 투입해도 공장 가동을 뒷받침할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미국이 필요한 숙련인력을 갖췄느냐는 질문에 “짧게 답하면 아니다”고 말했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여러 산업을 동시에 키우려면 소프트웨어 분야와는 다른 생산기술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업에 대해 그는 “자본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노동력과 기술이 필요하고 이 모든 것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기술과 미국의 투자 수요가 맞물릴 여지는 크지만 투자액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경쟁국과의 관세 조건, 사업 수익성, 인력 확보를 함께 점검해야 대규모 투자 약속을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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