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군 검찰이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법정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하자 군인권센터가 박 전 대령에 대한 무죄 탄원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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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감옥에 가야 할 사람은 박 대령이 아니라 위증으로 국민을 우롱한 수사 외압 공범들과 이들의 법비인 국방부검찰단장과 군검사들”이라며 “1년이란 긴 시간을 무보직 상태로 해병대사령부 한 켠의 빈 방에서 인내하며 버텨온 박정훈 대령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군 검찰은 중앙지역군사법원의 심리로 열린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결심 공판에서 박 대령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군검찰은 ‘피고인이 사단장 처벌에만 몰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군 전체의 기강에 악영향을 끼쳤음으로 엄벌해야 한다’며 박정훈 대령을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며 “법률가의 양심과 염치를 권력에 팔아 넘긴 자들이 읊은 궤변”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령의 법정 최후진술도 공개했다. 이날 법정에서 박 대령은 “한 병사가 죽었다. 그 죽음에 진실을 밝히고 책임 있는 이를 처벌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나”라며 “이번 재판은 단순히 저 한 사람의 항명죄를 다투는 재판이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을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다. 거짓은 절대 진실을 이길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령은 해병대 병사 사망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 8월 2일 해당 사건을 군 검찰이 아닌 경북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사건 이첩에 앞서 박 대령은 그해 7월 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대면 보고하고, 이 장관은 보고서에 결재를 했다가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군 검찰은 박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한 이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박 대령은 해당 사건을 이첩 보류하라는 명령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최후진술에서 박 대령은 “사령관과 참모들은 사령관이 3회에 걸쳐 이첩보류 명령을 하였다고 진술했지만 그 누구도 각 회차마다 사령관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무엇이라고 명령하였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항명죄에 있어서 명령은 적법한 명령이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첩서류에서 혐의자, 혐의내용을 빼라는 것은 1000페이지에 달하는 수사서류를 빼거나 변경하여야 하며, 직권남용죄, 공문서위조, 변조죄 등 불법을 하게 되는 위법한 명령”이라며 “국방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정당하게 문서로 명령하거나 명확하게 지시를 하지 않았고, 단순히 이첩보류만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검찰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단순히 이첩보류 명령만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님! 우리 군 장병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해 달라. 우리 국민에게 ‘정의는 살아있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는 사실을 알려 주시라”며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하고 있는 고 채수근 해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게 하겠다’라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