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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개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선터 운영사)의 미개시 리스는 전년 동기보다 279.9% 급증한 약 9000억달러를 기록했다. 구매약정은 약 1조 5000억달러로 같은 기간 313.6% 늘었다. 당장 공식 장부상 부채에는 잡히지 않지만 향후 기업들이 갚아나가야 할 ‘잠재적 빚’만 두 항목을 합쳐 2조 4000억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최근 주요 기술기업 9개사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AI 인프라와 관련된 장부외 지출 약정이 약 3조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최근 1년간 실제로 집행한 자본지출(약 6000억달러)의 무려 5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개시 리스와 구매약정은 법적·회계적 기준에 따라 실제 서비스나 제품을 인도받기 전까지는 장부(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계약 중도 취소가 불가능해 AI 수요 둔화 등 악재가 닥칠 경우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수치는 AI 산업이 실제로 짊어진 전체 위험의 하한선에 가깝다. AI 기업들이 서로 자금을 밀어주고 당겨주는 ‘순환금융’ 구조 때문에 정확한 위험 규모를 발라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순환금융이란 A사가 B사에 투자하면, B사는 그 돈으로 C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고, C사는 다시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A사의 반도체를 사들이는 식의 거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엔비디아, 오픈AI, 오라클 사이의 거래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고, 오픈AI가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면,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자금과 매출이 기업 간 거래망을 따라 순환하는 구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오픈AI로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애저 클라우드 구매 약정을 받아낸 것도 마찬가지다.
자금이 돌고 돌면서 누군가에게는 ‘투자 자산’이 되고, 동시에 다른 이에게는 ‘구매약정’이나 ‘매출’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돈의 꼬리표가 거미줄처럼 얽히다 보니 개별 기업의 발표 수치를 단순히 합산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전체의 실질적인 위험 총량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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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관련 순환금융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초기에는 반도체 기업이나 클라우드 기업이 AI 개발사의 지분을 취득해 자금을 공급하는 직접투자형 거래가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고객사의 리스료 지급 보증 △특수목적법인(SPV)이 발행한 채권의 손실 보전 △GPU 구매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등의 대신 빚 보증을 서주는 형태의 신용보강형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알파벳(구글)의 경우 고객사가 돈을 못 낼 때 대신 물어줘야 하는 ‘명목금융보증’ 규모가 올해 6월 기준 438억달러로 지난해 말(169억달러) 대비 두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알파벳의 대차대조표상에는 회계적 공정가치인 8억 1500만달러로만 기재돼 있어, 약 430억달러에 달하는 잠재 리스크가 장부에는 보이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지난 10일 발표한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컨소시엄은 부채 리스크의 제도권 금융시장 이전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폴로 글로벌, 블랙스톤, 블랙락 등 6개 기관이 참여하는 이 구조는 엔비디아 단일 기업에 집중됐던 자금 부담을 외부 기관투자자들과 나누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테크 업계의 모험 자본 리스크가 엔비디아의 재무제표에서 기관투자자의 펀드와 자본시장으로 분산·이동한 것이다.
영란은행(BoE)은 “AI 기업 간 복잡한 계약 구조와 불투명성 때문에 은행, 사모펀드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이 신용 리스크 노출도 측정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박승민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컨소시엄은 엔비디아 단일 기업에 대한 리스크 편중 우려를 일부 완화시켰다는 평가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투자 리스크의 부담 주체가 외부 생태계로 확산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AI 생태계 내 순환금융 구조에 AI 개발사가 연관된 사례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개발사의 계약 불이행ㆍ기업공개(IPO) 후 주가 변동 등에 따른 기업 실적 영향이 업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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