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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칩워 와중에…'주 52시간제 예외' 물건너가나

김정남 기자I 2025.02.28 16:28:09

민주당 불참에 국정협의회 끝내 무산
반도체 '주 52시간제 예외' 논의도 못해
업계 "3월 이후 처리 어려울듯" 실망감
"韓 희망없다 여긴 인재들 유출 두렵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산업계의 요청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세제 지원 등 다른 혜택까지 최대 1년 더 누리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여야정 국정협의회 끝내 무산

28일 정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미임명을 이유로 이날 오후 예정된 국정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취소됐고, 반도체특별법 등 현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산업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산업계의 요청은 생사가 걸려 있다시피 한 정도인데, 국내 정치 문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기류가 많다. 세계 주요국들이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중요성이 더 커진 반도체 관련 지원에 혈안인 상황에서 우리만 스스로 족쇄를 채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한 반도체 정비업체 고위인사는 “R&D 부서는 정해진 데드라인(마감)에 따라 움직이는데, 주 52시간제 하에서는 납품일을 제대로 못 맞춘다”며 “그러면 이 판에서 금방 소문이 돈다”고 했다. 인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이 주 52시간제 예외를 더 필요로 한다는 게 이 인사의 말이다.

이 때문에 여론 역시 이에 우호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특정 산업군 주 52시간제 예외에 찬성한 응답자는 56%에 달했다. 반대 응답자는 30%였다.

산업계는 전날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반도체특별법까지 처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빼놓지 않았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본부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져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도 비슷한 논평을 냈다.

◇“인재들 해외유출 가장 두렵다”

그럼에도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은 2월 임시국회에서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다른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제부터는 대형 정치 이벤트들이 즐비한 만큼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봤다”며 “결국 물건너간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한 반도체업계 관련 인사는 “R&D 인재들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측면에서 한국은 이제 희망이 없다고 보고 해외로 떠나려 할 것 같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뺀 채 반도체특별법 제정 강행 수순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업계는 더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최장 330일을 거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 반도체 기업에 각종 규제와 세제 관련 혜택을 지원하고 반도체 기금을 조성할 수 있게 하는 조항들마저 최대 1년 가까이 묶이는 셈이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회장)는 “R&D 연구원들이 마음껏 일하고 쉴 때 쉬는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에 자율을 줘야 한다”며 “법으로 모든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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