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되돌림·원화 고유 약세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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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설날 장기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와 아시아 통화 약세 되돌림에 환율 하락이 제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일부터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러시아와 유럽연합(EU)에도 관세 부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온건했던 취임 날과는 달리 트럼프가 관세 정책에 대한 수위를 높여가면서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 마감 기준 108.31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첫날 107대로 내려왔던 것에서 반등한 것이다.
다음달부터 중국에 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위안화도 약세로 전환됐다. 이에 원화도 동조하는 흐름이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프록시 통화 중 하나인 원화 가치도 동반 충격을 받는다. 달러·위안 환율은 7.28위안대로 상승세다.
게다가 한국 경제성장률 마저 둔화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가세했다. 이날 개장 전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건설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더 심화되는 등 내수회복이 지연된 탓이다. 또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에 턱걸이했다. 4분기 부진 영향이 컸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간밤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하며 위험선호 분위기가 커졌지만 국내증시로는 훈풍이 전해지지 않았다. 국내 GDP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경제 펀더멘탈 우려를 부각시킨 영향이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에서 7100억원대를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했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주식을 팔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해, 달러 매수세가 커지면서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할 거라는 건 시장에 이미 반영돼 있기도 했고, 4분기 성장률이 회사 전망(0.0%)보다는 양호하게 나와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덜 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관세 리스크 잠재…‘고환율’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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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나 물가를 감안했을 때 취임 초반부터 관세 정책을 세게하기에는 어려울 듯 하다”며 “트럼프 1기 때 했던 것처럼 관세로 위협하고 협상, 타협 전략으로 갈 듯하지만, 더 크게 관세를 물린다면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희 연구원은 “2월 초에도 환율은 올라갈 수 있으나 1370원 위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 1분기를 고점으로 2분기에도 1400원의 가시권은 여전할 듯 하다”고 내다봤다.
문다운 연구원은 “3월까지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이어질 듯 하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도 2분기에는 완화될 것으로 보고, 1분기를 정책 불확실성 고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