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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남은 대통령 권한대행 측에서 먼저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우리 경제는 대외적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경쟁국의 기술 추격 대내적으로는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과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통상 전쟁 상황에서 우리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함께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경제계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전쟁이 격화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도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에 본격적으로 휘말려 들었다. 여기에 더해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시기에 상법 개정이 기업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주도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경제계에서는 한 대통령 권한대행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처리 시한은 다음 달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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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는 특히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해왔다. 기업의 미래 투자자금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쓰이며 결국에는 기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어능력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에는 더더욱 위협이 될 수 있다.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 우려가 크다”며 “이런 측면에서 상법 개정안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기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지금 불안 요소가 많은데 지금 이 타이밍에 꼭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은 남는다”며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한데 그걸 바꿔서 새 국면으로 들어가자는 게 적절한(right)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경제6단체장은 대미 통상 압력이 가중하고 있어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종별 맞춤형 대책 마련, 주력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미 협력 강화 등을 제시하고, 경제단체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현실화된 미국 통상 압력에 대응이 당면과제”라며 “민간 차원에서 한미간 경제 협력 논의의 물꼬를 텄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카드를 만들어 대미 외교채널 협상을 본격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업 보호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통상 환경 변화 대응전략 마련 △맞춤형 기업지원 △대미 아웃리치 확대 및 민관 소통·협력 강화 등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한 대통령 권한대행과 경제 6단체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오찬 간담회 이후 약 3개월 만에 만났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정부가 건설적인 재정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경제 단체는 최근 산불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피해복구와 지원을 위해 경제계가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