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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시작했지만…내외부 변수에 복잡해진 한은 통화정책

장영은 기자I 2024.10.30 16:55:29

금리 인하기 첫발 떼자마자 환율 급등하고 수출은 감소
트럼프 당선 가능성 커지면서 美대선 이후 불확실성↑
내년 성장경로 전망 관건…수정경제전망에 관심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통화정책 기조 전환기에 있는 한국은행의 셈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의 첫발을 어렵게 뗐지만, 안정되나 싶었던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지연시켰던 가계부채로 대변되는 금융안정 위험 역시 상존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환율과 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 물가에 대해서도 안심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38개월만에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화)을 단행했다. (사진= 한국은행)


◇“환율 등 리스크 요인 부각”vs “추가인하로 경기 부양해야”

가시적으로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것은 환율과 성장에 대한 우려다. 3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정규장(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 거래일(1386.5원)보다 4.0원 내린 1382.5원에 거래됐다. 이날은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1310.1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이달 23일에 1380원을 돌파한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5일 석달 반 만에 1390원선을 터치하는 등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넘보는 레벨로 올라와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5일 미국에서 가진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아진 환율 레벨은 금리 동결 혹은 인상의 재료가 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해당국 통화 가치 약세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우리나라와의 기준금리가 역전돼 있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기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반면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4일 한은이 발표한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올해 2분기 역성장에서 성장으로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시장과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0.5%에 한참 못 미쳐 ‘성장률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3분기 GDP 수치는 향후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한은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진한 성장률에는 내수 경기 악화도 반영돼 있을 뿐 아니라 수출 경기 둔화가 전반적인 경기 악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만큼 내수 경기 부양 내지 지지의 필요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미지막까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던 수도권 집값 급등과 연계된 가계부채 확대세도 여전히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주요한 고려 요인이다. 전날(29일) 공개된 지난 11일 금통위 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부동산 경기는 지속성이 강하고 시장참여자의 기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진정되었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른 위원도 “가계부채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 등으로 향후 증가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우려는 여전히 크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환율이 통화정책뱡향 결정의 고려 요인이 됐다며, 내년 경제 전망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창용 “내년 경제전만 굉장히 중요한 변수”…美대선 이후 상황 볼 것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내년도 성장 경로에 대한 전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까지는 한은의 정책 우선 순위가 ‘가계부채>경기>물가’였다면 금리 인하 결정을 하면서 ‘경기>물가>가계부채’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록을 통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와 신중한 입장 등이 확인됐지만 그런 우려에도 인하를 단행한 점은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도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다음달 금리 결정과 관련해 “수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 전망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난달부터 시작한 거시안정성 정책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했던 10월보다 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가 더 힘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대선 결과와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등을 지켜보고, 미국의 정책변화와 환율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수출 물량 감소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을 담아야 하는 만큼 기준금리 결정 못지 않게 성장 경로에 대해 한은이 어떤 분석을 내놓을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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