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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남원 공공의대 설립' 20대 국회서 전화 압박 논란

이진철 기자I 2020.09.02 17:26:37

야당의원에 전화, 20대 국회 보건복지소위원회 의사록 공개
총리실 "전화는 사실, 법안폐기 앞두고 협조 요청일 뿐"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야당 의원에게까지 전화해 공공의대 설립을 밀어붙였다는 의원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정 총리가 해당 의원에게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당정의 합의사항임에도 당시 야당 반대로 법안 처리가 안돼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협조 요청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비상진료체계 현장 점검으로 2일 대전보훈병원을 찾아 진료 공백 대비 현황을 보고받은 뒤 응급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소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김승희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공공의대 설립법 등의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 변경에 이의를 제기하며 “의과대학 신설과 관련해서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합의가 안 됐던 부분”이라며 반발했다. 또 “대학교 신설과 관련된 것은 인력이 배출될 때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므로 지금 여기서 이렇게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의사 출신인 윤일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려니까 정부에서 준비가 따라오지를 못했고 1년 반 이상 토론했다”며 “의대 신설이라기 보다 (부실교육으로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 65명을 인가할 것인가 의논됐고 지금은 또 저희들이 압박을 받는 것이 이번의 일을 넘겨보면 알잖아요”라며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학교를 집어넣는 것은 사실은 솔직히 얘기해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공약을 이루기 위한 것 아닙니까?”라며 “그러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서부터 시작해서 그 인력을 어떻게 누가 가르칠 것인가”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표결을 통해 법안이 추가 상정됐다. 김 전 의원은 다수결로 법안이 상정되자 “제가 얼마나 전화를 많이 받았는 줄 아세요? 정세균 국무총리도 저한테 하더라고요”라고 항의했다.

김 전 의원이 “총리도 남원의 (공공의대 설립을 부탁하기 위해) 저한테 전화하길래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고 했다”라고 밝히자 소위원장을 맡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리가 전화했으면 토론도 못 합니까, 그 정도 부탁했으면 토론할 수 있는 거지?”라고 반박했다. 김 전 의원은 “공공의료는 보강되어야 하지만, 남원에다가 대학교 설치하는 것은 다르다”고 항변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법은 여야 간 치열한 논쟁 끝에 통과되지 못했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사들이 요구하는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 철회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부가 인식하는 문제점에 대해선 그냥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날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서 “김승희 전 의원에게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2018년 2월 전북 남원 소재 서남대가 폐교 되면서 그 대안으로 폐교된 의대 정원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기로 2018년 4월 당정간 합의했다”면서 “그런데 야당이 이에 대해 반대를 해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었고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안자동 폐기를 막기 위해 협조 요청을 하고자 전화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정책은 국회에서의 입법이 있어야만 실행되기 때문에, 정부는 입법화가 필요한 주요정책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언제든지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대전보훈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엄중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업무중단이 13일째 계속되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러한 시기에 대전보훈병원은 24시간 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비상진료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정부는 무고한 국민들께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시는 일이 없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도 진정성을 갖고 폭넓게 소통하면서 하루빨리 의료기관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소위원회 의사록 내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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