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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의 악몽'…KAL기 폭파사건 유족들 "사고지역 재수색해야"

김민정 기자I 2018.11.29 22:11:26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KAL858기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수색과 재조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1987년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의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지역에 대한 재수색과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1987년 11월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얀마 안만다해역 상공에서 사라진 사건이다. 당시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전원 실종됐으며,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는 북한 공작원에 의한 폭탄 테러사건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유해나 유품을 단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더욱이 정부는 폭파범으로 지목된 김현희(하치야 마유미)를 제13대 대통령 선거 전날이던 12월15일 한국에 입국시켰다. 이후 김현희는 1990년 재판을 받고 사형이 선고됐으나 한국으로 전향한 뒤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시절에 재조사됐으나 전두환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 공작원에 의한 폭탄테러 사건이라는 같은 결론이 나왔고, 유족들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31년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KAL858기 가족회 유족들이 KAL858기로 추정되는 잔해를 공개하며 국토교통부의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AL858기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대책본부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31주년 추모제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묵념으로 추모제를 시작한 가족회 김호순 회장은 “당시 전두환 정권은 기체는 찾아주지도 않고 희생자 가족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소복을 입혀 반공 궐기대회에 이용했다”며 “가족들은 31년간 한 서린 세월을 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KAL858기 가족들은 미얀마의 안다마해상 지역에서 KAL858기로 보이는 기체 잔해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사고 발생 당시 전두환 정권은 탑승자 115명의 유해, 유품들을 단 하나도 찾지 않았고 동체 잔해 수색도 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은 폭파범 김현희씨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들은 “31년 동안 피해자들은 김현희를 만나고자 했지만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TV조선에 출연하여 자신을 진짜 범인으로 믿어달라고 주장하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죄한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왜 우리 앞에는 나타나지 않나”라며 “추모제도 오지 않고 사죄 운운하는 김현희는 누구냐. 김현희는 (공개토론에) 나와서 피해자 가족들의 의혹을 해소해주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또 “KAL858기 사건 관련 외교부 비밀문서가 새롭게 밝혀졌고 국정원이 ‘무지개 공작’을 실행해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정부가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사건을 전면 재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를 마친 유가족들은 전 전 대통령에게 항의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결국 경찰과 협의 끝에 가족회 대표 3명만 경찰과 함께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다가섰고, 닫힌 문틈 사이로 항의문을 꽂아 넣어 유가족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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