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휴업 기간에도 임대료, 시설 유지비 등이 고정적으로 나가는데다가 장기간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회원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일부 시설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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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연장해 오는 19일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헬스장, 댄스학원 등 실내 체육시설 등에 대한 운영 중단 권고도 자연스레 함께 연장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만을 기다려오던 해당 시설 업주들은 정부 조치에 한 목소리로 불만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업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했다. 시설 문을 닫으면 고스란히 임대료 등으로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방송댄스 학원을 운영하는 40대 원장 A씨는 “2주간 문을 닫았는데, 학원 운영을 안 해도 내야 하는 건물 임대료나 관련 세금은 모두 내 몫”이라며 “아예 폐업 직전까지 내몰린 댄스학원도 인근에 많다”고 성토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옳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손해를 전부 감당해야 할 업주들의 상황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그의 헬스장은 지난 2주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김씨는 “이미 대출도 받고 있는데, 대출을 더 받으란 이야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헬스장 업주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젠 더 못 참겠다’, ‘문을 열고 영업을 하겠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조치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헬스장 강사로 일하는 B(29)씨는 “단체 교습은 2주 전부터 하지 않고, 개인 교습만 하고 있다”며 “평균 월 200만~300만원을 벌었는데, 교습하는 만큼 돈을 벌어가는 구조다 보니 요즘은 월 50만원도 채 벌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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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이용객들의 불만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회사원 박모(27)씨는 “3년간 이용한 헬스장이 1주일 문을 닫아서 요즘엔 야외 운동 시설을 찾아가 운동했다”며 “주변에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헬스장마다 “언제부터 정상 영업을 하느냐”는 이용객들의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시설은 이날부터 △최소 1일 2회 이상 시설 소독 △출입구에서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확인 △운동기구 사용자 간 최소 간격 1~2m 확보 △운동복·수건 등 공용물품 제공 금지 등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키며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문을 열어도 업주들의 부담은 여전했다. 한 헬스장 업주는 “시설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문을 열어도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며 “문을 열어도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서울 시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휴업지원금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 관악구, 양천구 등이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중 8일 이상 연속해 휴업한 노래연습장, PC방, 체육 시설업소 등에 휴업 1일당 10만원,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 서울 양천구의 한 헬스장 업주는 “월 임대료만 500만~600만원이 나오는데, 열흘 문을 완전히 닫아서 50만~100만원을 준다면 누가 쉬겠느냐”고 반문했다. 댄스학원 원장 A씨는 “우리 학원은 체육 시설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에 해당해 문을 닫아도 지자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