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푸른연극제’는 개막작 ‘장마’를 비롯해 극단 창작극회의 ‘나루터’, 오태영 극작의 ‘부드러운 매장’,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 정일성 연출의 ‘오이디푸스 왕’ 등 총 5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막작인 ‘장마’는 윤흥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전쟁으로 인한 역사의 폭력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증언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전쟁의 폭력성과 고발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창작극회의 ‘나루터’는 새마을 운동을 중심으로 1970년대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당시 개발논리에 밀려 생업을 버리고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실향민의 아픔을 밀도 높게 그려냈다.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주목하는 동시에 옛 것과 새것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은유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드러운 매장’은 오태영의 작품으로,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모순적인 현대사를 그렸다.
과거를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부모님 세대와 썩은 것은 없애고 새롭게 나아가려는 자녀 세대의 갈등을 날카롭게 펼쳐내며 입소문을 탔다.
만화적 인물들과 성적 모티브, 전복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펼쳐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단 실험극장의 창단 60주년 기념작인 ‘심판’은 프란츠 카프카의 동명 소설을 앙드레 지드와 장루이 바로가 공동으로 각색한 버전이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끊임없는 구속과 억압 속의 인간의 존재를 독특한 사고와 구성으로 이끌어가는 현대인이라면 간과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심판’은 50년 이상 무대를 지켜온 원로배우 유순철, 이승호, 반석진, 김창봉의 열연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전하며 ‘최고의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지난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 ‘오이디푸스 왕’이다.
극단 미학의 대표 정일성이 연출가로 참여한 ‘오이디푸스 왕’은 그리스 3대 비극시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이자, 그리스 비극의 효시로 불리는 극이다.
인간 존재의 한계성, 불확실성으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을 다루며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특히 극단적인 비극적 운명에 처한 정치가 오이디푸스를 품격 넘치는 캐릭터로 그려내 기립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