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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말이 지난 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차관은 오는 10일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과 카타르를 방문한다.
이란이 한국 선박을 억류하기 전부터 계획돼 있던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최 차관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산 석유 대금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이를 피하기 위해 한국 내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놓고, 여기서 수입대금과 수출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한국과 거래를 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같은 방식 역시 불가능해지며, 현재 한국 내 은행에는 이란산 석유 대금 등 약 90억달러(10조원) 규모의 이란 정부의 돈이 동결된 상태다.
우리나라 정부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의약품·의료 기기 등 인도적 교역물품 수출을 통해 이 돈을 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정부의 승인 등이 필요한 만큼 이란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란 측은 이번 한국 선박의 억류 문제를 외견상으로는 ‘환경오염’에 따른 법적 절차로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정부의 자금에 대한 불만 역시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 차관이 이번 이란 방문에서 한-이란 사이 뿌리 깊은 갈등의 원인인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한다면 억류사태 역시 조기에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란 정부는 이 자금으로 10억달러 상당의 의료장비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19 백신 구매 대금 역시 이 자금을 활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역시 이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재무부와도 협의해 이 대금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특별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란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미국 은행을 거치게 되면서 미국 정부가 자금을 동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며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겨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번이나 친서를 보내 자금 동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국제적인 외교관례상 정상간의 친서는 확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한국은 이란과 자금 문제는 물론 인도적 교역 확대를 추진해왔다.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이란과 우호관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의지 표명이고 이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이란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이란 반다르 아바스항에 억류된 한국 선박 선원을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했다. 이 직원은 영사면담에서 이란에서 폭력을 가하는 등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선원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우리 선박과 선원들의 석방 교섭을 위해 이날 새벽 출발한 정부 대표단은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란은 목·금요일이 휴일이다.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란 측과의 접촉에 앞서 주이란 대사관을 통해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고 휴일이라고 하지만 사안이 긴급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란 측과도 소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