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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으로 맺어진 전통적 가족형태만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차별없이 자랄 수 있는 가족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여성가족부과 공동으로 ‘차별 없는 비혼 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제6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을 개최했다.
김상희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최근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가족양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비혼출산율은 전체 출산의 2%가 채 안된다”며 “동양의 특별한 유교적 전통이 작동하기도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게 얼마나 두렵고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가족 형태라도 아이가 출생하면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을 해소를 위해서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가족형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까지의 저출산정책은 결혼·혼인장려를 전제한 상태에서의 정책이었다”며 “이제 저출산정책의 시작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혼출산’이라는 단어도 불과 몇해 전까지는 ‘혼외출산’, ‘사실혼 출산’ 등 부정적 느낌이 강한 단어들을 사용했다며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실제 국내 1인가구는 약 30%로 2015년 이후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등장했다. 2인가구 역시 1990년 13.8%에서 2015년 26.1%로 증가했다.
김순남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1·2인가구 통계 수치에 비혼동거 가구가 숨어있고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을 것”이라며 “‘전형적 가족’에서 ‘다양한 가족’으로 생애모델이 다변화하고 있고 정부의 가족정책은 이 수요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혼인과 혈연, 입양만을 가족으로 정의하는 ‘건강가정지원법’을 전면 수정하고 친밀성, 돌봄, 양육을 실천하는 개인들의 다양한 가족적 삶을 지지하는 평등한 가족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거 통계조차 없는 한국…비혼출산율 1.9%뿐
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법·제도의 미비는 선진국 대비 턱없이 낮은 비혼출산율로 이어진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빠 없는 아이’라며 손가락질 받으며 차별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아이를 낳는데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국내 전체출산 중 비혼출산 비율은 1.8%인 반면 같은해 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은 40.5%로 큰 차이가 있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이는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에서 자라야만 잘 자란다’는 견해에 대해 응답자의 70% 이상이 동의했다”며 “동거 관계가 안정적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된 후에야 그 안에서 자녀를 기르는 것이 생각해볼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한부모 가족 지원제도와 현실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얼마전 한 미혼모가 집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서 발급해주는 출생신고서가 없어 출생신고를 못해 아이가 어떤 의료적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단체에 도움을 청해왔다”며 “우리가 나가서 뛰어야만 관련 기관과 개인을 연결해줄 수 있는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중 역시 “출생신고를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겨놓은 우리 법 체계에서 미혼모 자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미혼모 지원을 강화한다면서 정작 현실과 제도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생신고의 책임을 부모에게 부과하고 신고의무자가 신고할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의료기관이 개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주와 영국 등 많은 국가가 태어난 아이는 바로 의료기관 등에 의해 출생사실이 통보되는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는 구 호적시대 신고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변화된 사회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