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3기통 터보 걱정이라고?넉넉한 힘 '더 뉴 말리부'

김태진 기자I 2019.01.29 15:59:3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김태진 기자= 1970년대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서는 “제네럴모터스(GM)의 이익은 미국의 이익”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1953년 GM 사장이던 찰리 윌슨이 드와이트 당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담을 하면서 나온 말이다.

GM의 영광은 1931년 미 포드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뒤 2007년까지 판매대수 부동의 1위였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 77년간 연속 세계 1위는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1950년대 이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세계 500대 기업’에 37차례 1위를 했다. 적어도 2000년까지 GM의 영광은 미국의 영광이었던 셈이다.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IT업계의 거두 애플이나 구글로 바뀌었지만 GM의 영향력은 아직도 미국 경제계를 뒤흔든다.

2019년 새해를 맞은 현재의 GM은 어떤가. 내연기관 세계 1위의 자존감을 버리고 미래 모빌리티 세계 제패를 위해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IT 기술에 기반한 자율주행 및 공유경제 자동차 서비스 시장에서 우뚝 서겠다는 비전이다. 그런 변혁 한 가운데서 GM의 자회사인 한국GM은 지난해 비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군산공장 폐쇄라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GM본사가 미국 등 전세계에서 추가로 공장 4개 문을 더 닫는 조치의 하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GM의 전략은 무엇일까.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지난해 6월 새롭게 출범했다. 스파크 페이스리프트로 살짝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이어 성공을 기대하며 중형 SUV 이쿼녹스를 미국에서 수입해 출시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사실상 수입차지만 월 500대도 팔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다. 경쟁 차종과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가 가격 정책에서 실패해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말 중형 세단 ‘올 뉴 말리부’가 한국GM을 구원할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등장했다. 말리부는 한 마디로 그동안 세계 1위를 했던 GM의 DNA를 담아낸 중형 세단이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기본기가 짱짱하다. 기존 말리부도 좋았지만 한국GM의 경영악화 속에 신차효과 한 번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페이스리프트를 맞았다.

올 뉴 말리부는 1.6 디젤과 세계 시장에 처음 선보인 1.35터보 가솔린 엔진을 추가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대신 1.5L터보 가솔린은 단종됐다. 1.6L 디젤은 올해 출시한 쉐보레 SUV 이쿼녹스에 쓰인 것과 같다.

시승차는 1.35L 터보 가솔린 최고급형이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엔진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의 묘미를 보여준다. 10여년 전만해도 1.35L엔진은 소형차에나 쓰였다. 말리부 같은 중형 세단에는 2.0L 가솔린이 정답이었다. 더구나 미국차는 2.5~3.0L 배기량도 더러 있었다. 대배기량 엔진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GM이 한 발 더 빠르게 다운사이징을 단행했다. 한국GM은 다운사이징에서 한 술 더 떠 “터보 기술을 활용해 중형 세단에 최적화한 라이트사이징'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1.5L 가솔린 터보에서 더 최적화해 1.35L 3기통 가솔린 터보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국산차 및 수입차 어떤 모델에도 찾아 볼 수 없는 눈에 띄는 변화다.

시승은 서울 근교에서 150km 정도를 주행했다. 인테리어나 편의장치는 쉐보레가 도저히 현대기아를 따라 잡기 어렵다. 그만큼 현대기아가 소비자의 속내를 제대로 헤아린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부분은 ‘아-‘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잘 만든다. 한국GM은 올 뉴 말리부의 기본기에 주안점을 뒀다. '내구성과 기본기'라는 부분만큼은 현대기아 경쟁 모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외관은 늘씬하고 세련된 기존 말리부 디자인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작의 디자인 평가가 워낙 좋아 여기에 최신 쉐보레 디자인 콘셉트를 추가했다. 부분적으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새롭게 했다. 전면 디자인은 쉐보레를 상징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상하로 나눈 듀얼포트 그릴이 진화했다.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해 한층 더 날렵하고 커 보인다. 방향지시등은 헤드램프와 분리해 주간주행등 하단에 위치한다.

측면이나 후면 변화의 폭 역시 크지 않다. 후면 디자인의 인상을 결정 짓는 테일램프 디자인도 소소한 변화를 거쳤다. 화살표 ‘>>’ 형태의 그래픽을 추가해 다른 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트렁크 끝단은 치켜 세워 올렸다. ‘리어 스포일러’ 기능이다. 2001년 BMW 7시리즈를 유행시킨 이른바 ‘뱅글 부트’와 비슷하다고 할까.

인테리어는 페이스리프트답게 변화는 적은 대신 적극적인 기능 개선에 집중했다. 기존 단점으로 지적 받던 두 가지 부분이 좋아졌다. 계기반과 중앙 모니터다.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한 기존 방식과 달리 계기반 클러스터 가운데에 8인치 컬러 LCD를 적용했다. 엔진 회전수와 연료 잔량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다양한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연비부터 각종 부품의 작동 상태와 점검 시기까지 수 십 가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물론 내비게이션 안내도 가능하다.

센터패시아의 중앙 모니터 화질이 대폭 개선됐다. 화질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페이스리프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싸구려처럼 느껴졌던 UI 그래픽과 더딘 성능을 말끔하게 성형했다. 특히 후방카메라 등 화질은 개과천선 수준이다. 9개의 스피커로 웅장한 소리를 들려주는 BOSE 사운드 시스템은 음악 마니아라면 선택할만한 옵션이다.

창틀을 감싸고 있는 검은 플라스틱 윈도 트림 처리는 대중차답지 않은 고급스런 마무리다. 중형 세단급에서는 보통 차체 페인트와 같은 색상을 칠하거나 검정색 테이프로 감싸 마무리를 한다. 말리부는 별도의 검정 플라스틱으로 감쌌다.

뒷좌석은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넉넉하다. 178cm키의 기자가 탔을 때 여유롭다. 2열 3인석 중앙 좌석의 센터 터널 역시 상당부분 억제해 3명이 제대로 앉을 수 있다. 머리보호대 역시 좌석수만큼 3개가 달려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배려도 충분하다. 2열 에어벤트와 파워 아웃렛, 열선시트를 적용했다. 비교적 단단한 시트에 등받이 각도는 적당히 세워져 있다. 장거리만 아니라면 큰 불편은 없을 듯하다.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1.5L 터보, 1.8L 하이브리드, 2.0L 터보 가솔린 세 가지 라인업에서 1.35L 터보, 1.6L CDTi 디젤, 2.0L 터보의 세 가지 라인업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 1.8L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 이름만 하이브리드 일지, 아니면 저공행차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시승차는 1.35L E-터보 모델이다. 중형차 최초의 3기통이자 최저 배기량이다. 최고 156/5,600(ps/rpm)의 출력과 24.1/1,500~4,000(kg.m/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 역시 새롭다. 말 많았던 ‘보령 6단자동’이 아니라 무단변속기(CVT)다. 연비는 19인치 휠을 단 시승차는 복합 13.3km/ℓ(도심 12.2km/ℓ 고속도로 14.9km/ℓ)가 나온다.

신기술이 여럿 적용됐다.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한 경량화, 초정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 등이다.

시승 전에 기술적 진보와 별개로 중형 세단에 1.35L 3기통 엔진을 탑재한 것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진동과 가속시 소음, 터보랙이다. 이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시승을 해봤다. 시동을 걸 때 소음과 진동은 거슬리지 않았다. 시동 직후나 신호 대기구간에서 공회전시 들려오는 소음과 진동은 1.6L 또는 2.0L직분사 엔진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엑셀을 밟고 가속을 해봤다. 예상보다 부드럽게 가속이 진행된다. 엔진이 가열된 이후 정차 시에는 재빠르게 ‘오토스톱’ 기능이 작동한다. 정차 구간에서 엔진음을 듣기 어려웠다. 적어도 소음과 진동 부분에선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새다. 코너에서도 민첩한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물론 고속에서 재가속에서도 부족함 없는 출력이다. 날렵한 코너링 성능에는 렉타입 전자식 스티어링(R-EPS)이 한 몫 한다. 고속에서 적당히 무거워져 안정감이 뛰어나다.

시속 80km이후 추월 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3기통 특유의 칼칼한 엔진음이 전해온다. 가속 시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는 CVT의 특성과 맞물려 어느 정도 소음이 발생한다. 토글 변속방식은 여전히 달려 있다.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거의 쓸 일이 없는 기능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km 치고 나갈 때도 엔진 반응이 즐겁다. 운전자를 몰아 붙이는 듯한 맹렬한 가속감이 없을 뿐, 꾸준히 속도를 올려준다. 추월 가속에서도 무단변속기의 다운시프트가 진행되면서 수월하게 속도를 뽑아낸다. 배기량 한계도 분명하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 출력을 짜 내면 엔진음과 변속기의 카랑카랑한 소음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해봤다. 시속 110km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는 약 2000rpm을 넘나든다. 실시간 연비는 15km/L까지 나온다. 차선을 제대로 읽고 차선유지에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앞차가 급히 속도를 줄이거나 옆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해도 안정적으로 브레이크 조작을 해준다. 고속도로 정체구간에서 무척 유용하게 쓸 기능이다.

결과적으로 1.35L 3기통 터보 엔진은 우려했던 진동이나 소음은 조금 더 민감하게 느껴질 뿐이다. 출력 역시 일상 주행에서 부족하다는 불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딱 중형 세단에 적합했다. 배기량이 적을 뿐 출력은 수치상으로 기존 2.0L 자연흡기 엔진과 동등하다. 오히려 최대토크는 더 높게, 더 넓은 실용 구간에서 발휘된다. 토크 밴드가 넓어 일상 주행에서는 경쾌한 움직임을 맞 볼 수 있다.

적어도 더 뉴 말리부의 파워트레인 교체는 현재 시점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더 뉴 말리부의 가격은 2345만 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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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장점 : 탄탄한 기본기와 코너링에서 느껴지는 탄탄한 차체 강성. 1.35L 엔진의 효율성

단점 : 경쟁 모델에 비해 부족한 편의장치와 재질. 쉐보레의 영원한 숙제일 듯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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