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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방지 시설이 설치가 어려운 영세 업체가 아니다”라면서 “폐수 배출 총량도 엄청나고 피고인들은 폐수 처리비 절감 방안을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 사건을 통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나 단속이 있을 때만 깨끗한 물로 채우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해왔다”며 “범죄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폐수를 외부가 아닌 인접한 계열사로 이동시키는 것도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으며 폐수를 대기로 증발시킨 형태도 물환경보전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됐다.
오일뱅크 측은 가스세정시설 굴뚝을 통해 배출된 부분은 대기오염 물질일지언정 수질오염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 대표이사 A씨에 대해서는 “A씨는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죄책이 가장 무겁다”며 “A씨의 지시 없이 직원들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고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알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고의가 없었고 법률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것이란 피고 측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열사 대표이사 B씨에 대해서도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공급받는 것을 중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계속 용수로 사용한 점을 종합하면 고의 및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전·현직 임직원들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에서 페놀 또는 페놀류가 기준치 이상 포함된 폐수 약 33만톤을 계열사 현대 OCI 공장으로 방출한 혐의를 받았다.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는 페놀 폐수를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도 있다. 또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톤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점도 드러났다. 총 배출량은 500만톤에 이른다.
A씨는 이날 법정구속되며 “재판부를 이해시키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항소심에서 충분히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년 이상 국가기관사업에 주야로 회사와 나라를 위해 근무해온 이런 점을 고려해달라”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1심 판결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 및 법리 판단 등을 수긍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공정 내 가스세정시설을 통한 대기 중 배출 혐의와 관련 오염물질이 배출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으며, 오염물질의 대기 중 배출 사안에 대해 물환경보전법 적용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며 “무엇보다 위법의 고의성이 없었고, 외부로의 배출은 없었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