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대 1.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주관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의 경쟁률이다. 114개국 총 1716개팀의 외국인 스타트업 중 19개국 40개팀이 최종 선정된 것인데, 이 중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중동 스타트업 한곳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솔루션 서비스 기업 ‘24TTL’이다.
24TTL은 구체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이커머스 업체와 브랜드 업체를 연결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자사 서비스를 활용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브랜드의 판매 핵심성과지표(KPI)를 키워준다. 예컨대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클릭하면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추천하거나, 온라인 구매를 원할 경우 네이버나 11번가, 쿠팡 등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24TTL은 두바이, 모스크바,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에도 지사를 냈다. 지금까지 시드와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서 각각 200만달러(약 27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데일리는 최근 알렉산드라 최(최사샤) 24TTL 한국지사장과 서울 강남구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렉산드라 최 한국지사장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알리바바, 화웨이를 거친 중국 전문가다. 그런 그를 앞세워 회사가 한국을 아시아 진출 거점 지역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중동과 한국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계획하는 회사의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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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TL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기회를 눈여겨보고 2019년 UAE 두바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탈석유 정책에 따른 경제 다각화 정책과 디지털 전환(DT) 가속화로 중동 내 이커머스, 핀테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24TTL을 차린 러시아 국적의 두 창업자는 지리적으로도 UAE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쉽겠다고 판단했다.
알렉산드라 최 24TTL 한국지사장 역시 본사가 있는 두바이가 외국인에 개방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을 중동에서 시작한 이유를 들었다. 알렉산드라 최 지사장은 “두바이는 외국인 기업가가 와서 사업하기 좋은 절차와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도시”라며 “특히 기업가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계별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24TTL은 중동에서 카르푸, 샤라프 DG, 룰루 등 현지 유통 공룡들과 협력하고 있다. 중동 진출 선배로서 국내에 전하는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최 지사장은 한국 스타트업이 MENA 지역, 특히 UAE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목격해왔다며 현지에서 주목받는 분야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UAE 포럼 참석차 방한한 아흐메트 빈 술라얌 두바이 복합상품센터(DMCC) 대표이사의 말을 언급했다. 당시 아흐메트 빈 술라얌 대표는 “UAE 내 한국 기업의 50% 이상이 DMCC에 속해있다”며 “DMCC는 산하 액셀러레이터인 AGCC를 통해 인공지능(AI), IT, 게임, 웹3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해당 분야 한국 기업을 MENA 지역으로 유치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알렉산드라 최 24TTL 한국지사장은 회사의 한국 사업이 최근 중기부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선정되며 본격 날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는 우수한 외국인 창업팀의 국내 법인 설립과 정착을 지원하는 인바운드 사업이다. 중기부는 최종 선정팀을 대상으로 약 3개월 반 동안 국내 액셀러레이팅 참가지원금과 국내 기업과의 네트워킹, 멘토링을 지원한다. 24TTL은 AI 기반 시장 분석으로 중동에서 다수 글로벌 대기업·소매업체와 협력맺은 점을 좋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24TTL이 아시아 사무소를 한국에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 지사장은 러시아 국적의 재외동포로 고조할아버지가 한국인이다.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2020년 한국에 건너와 공부를 이어가던 중 이커머스 분야 경험을 살려 아예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자 마음먹게 됐다. 이후 24TTL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한국에 지사를 차리는데 공을 세웠다.
그는 “회사가 기존에 삼성, LG, 현대 등 주요 대기업과 다년간 협력해온 경험이 있어 사업적으로 기회가 좋다 판단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요구사항과 비즈니스 관행 등에 대한 이해를 미리 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 성장과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유명해진 이후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자 하는 글로벌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전까지는 결혼 외의 이유로, 특히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한국에 머무는 게 까다로웠는데 최근 외국인 기업가를 위한 다양한 정부 보조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어 중동처럼 사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외국인 기업가에 2년간 스타트업 비자를 주는 프로그램이 도입되거나, 외국인 기업가가 비자·은행 업무·각종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를 지난 7월 강남구에 개관한 식이다.
앞으로 24TTL의 목표는 이커머스 분야에서 한국과 UAE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는 자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커뮤니티인 국제 디지털 리테일 포럼(IDRF) 운영으로 이루고자 한다. IDRF는 리테일 분야의 디지털 혁신에 전념하는 국제 포럼이다. 이커머스 산업의 지도자를 모아 최신 이슈를 공유하며, 온라인 리테일 시장의 발전을 위한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걸 목표로 운영된다. 한국에서의 행사는 지난 3월 진행했다. 이후 다음 달에 두바이에서 뷰티 산업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개최한다.
그는 “그랜드 챌린지 선정을 통해 한국 벤처캐피털(VC)과 이커머스 기업, 브랜드 업체와의 인적 네트워크 강화가 기대된다”며 “앞으로 중동과 한국을 기점으로 중국, 일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