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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임명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치는 등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되는 것이 통상적인 대법관 임명 관례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거부할 수 있지만, 아직 전례가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같은 점에서 후보군 3명이 모두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균용 원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79학번 동기이자 ‘절친’으로 꼽히는 문강배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로, 문 변호사를 매개로 오랜 기간 윤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석준 원장은 대학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통학을 같이 하는 등 막역한 사이이며, 오영준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 당시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권교체기라는 점에서 대법원장이나 대통령 한쪽이 강력히 원하거나 반대하는 인사는 최종 후보 낙점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만으로 제청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과거 정권교체기의 경우 의견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9·2010년 두 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법관 제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제청이 상당히 지연된 바 있다.
법원 안팎에선 이같은 점을 고려해 오 원장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등 능력도 출중한 데다 대통령·대법원장 양측에서 반대할 명분이 없어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의 경우 후보군 중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꼽히는 인사로 윤 대통령 쪽에서 원하는 후보일 수 있지만, 김 대법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서 김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한 것을 두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고,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처리를 두고 김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 논란의 중심에 서자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는 후보군 중 김 대법원장이 가장 선호할 만한 인사로 평가받는다. 다만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과 그의 배우자인 김민기 부산고법 판사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항소심 주심을 맡아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점 등을 감안하면 여권이 선호할 인물로 꼽히지 않는다. 한 현직 판사는 “대통령실은 이 원장을 선호할 것이고, 김 대법원장은 오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하고 싶을 것”이라며 “결국 중재안으로 오 원장이 최종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