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8일 전국 모든 부대와 교육기관 장병, 군무원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특별정신교육을 의무화하며 표준교안을 하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와 헌법 질서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안의 구성과 표현 방식, 교육대상 및 교관 편성 등이 오히려 군 기강과 전투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서 입수한 이번 특별정신교육 교안에는 항명죄 성립 여부와 관련 판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분대장이 병사들의 총검술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내린 얼차려 명령이나, 정시 출근하라는 지각금지 명령, 중대장의 독신자 숙소 환기 명령, 해안경계 부대 소초장의 음주 제한 명령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항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나열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병사들로 하여금 ‘상관의 일상적 지시마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관의 명령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먼저 따지는 병영 분위기가 조성되면 북한의 도발 등 위급한 작전 상황에서 지휘·복종 관계가 흔들리고 즉각적인 전투력 발휘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는 ‘군인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 의원은 “군에서 상명하복은 군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은 그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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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명령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판단해야 할 1차적 책임은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에게 있다”면서 “이번 특별정신교육은 우선적으로 장성단과 장교단 등 지휘관 계층에게 선행됐어야 하는데, 전 장병에게 동일한 교안을 적용한 것은 군 기강을 뒤흔드는 잘못된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체계와 법률 전문성이 부족한 각군 정훈병과에 해당 교안을 일괄 하달하고, 세부 교육계획 수립과 교관임무, 교육감독 등의 역할까지 맡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관련 지식이 전무한 정훈장교들이 이번 교육을 주도하게 되면 잘못 설계된 교육 메시지가 장병들에게 오염된 방식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항명죄 사례를 판례 중심으로 교육하는 방식은 자칫 장병들로 하여금 지휘·복종 관계를 협소하게 해석하게 만들 위험이 있고, 작전 현장에서 명령 수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저해돼 전투력 발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국방부는 이번 특별정신교육의 교안, 교육대상, 교관 편성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사법원에서 확정된 판례를 토대로 항명죄에 해당하는 사례와 함께 나열된 ‘항명죄 관련 판례’의 일부분으로, 군형법상 항명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해당 사례들도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관련법규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관련자료는 의견수렴 및 교육 준비중인 자료로서,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보완한 후 장병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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