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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이후 30년 이상 근무해 온 ‘현대맨’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정 사장은 과거 영업전략실장 당시 ‘더현대 서울’이라는 명칭을 결정한 인물로 향후 더현대 서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더현대 서울을 준비할 당시 내부 반발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7대3으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는데 사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오프라인 백화점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온라인 시대가 온다는 내용이 주를 이룰 때였기 때문”이라며 “더현대 서울 위치 자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같은 약점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정 사장은 “공간의 비효율을 잘 살리면 오히려 기존 백화점에서 보여줄 수 없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또 신세계, 롯데와 달리 대형 점포가 없던 현대백화점의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는 측면도 반영됐다”고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도 한몫을 했다. 정 사장은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하시는 분이 ‘실패해도 좋다, 대신 이 프로젝트는 젊은 직원들에게 기회를 줘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하셨다”며 “이후 기존 백화점의 모습을 지우고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고객들의 경험과 가치, 시간 중심으로 모든 것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더현대 서울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최단 기간 매출 1조원 달성은 물론 SNS상 언급량도 타 유명 테마파크들을 제치고 최근 2년간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고객 비중도 1년새 13%나 늘고 고객 건수도 증가했다. 정 사장은 “이 같은 지표를 보더라도 더현대 서울은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
정 사장은 최근 더현대 서울에 이어 커넥트현대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전개 중이다. 노후하고 역성장률이 가장 컸던 부산점을 공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했다. 그는 “가성비와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지역(로컬)이 융합된 점포 개념”이라며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더현대, 커넥트현대, 아울렛 등 4개 브랜드를 통해 각 지역과 상권에 맞는 유형으로 출점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내 유통업계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정 사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이 업태의 경계를 많이 허물게 될 것”이라며 “사업 분류나 전략을 짤 때도 기존의 기업 관점이 아닌 진짜 시장과 고객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백화점들이 보여줬던 전형적인 전략이 아닌 이제 각자 상권에 맞도록 다 달라야 한다”며 “가성비 상품도 중간대 전략 점포에 적극 배치하고 우선 고객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트래픽을 우선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