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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70)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등 현안들에 대한 해당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 등을 분석해 문건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원 전 국정원장 재판과 관련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다만 행정처가 각 문건의 대응방안을 실제로 실행했는지와 개별 판사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줬는지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돼 이번 조사결과가 법원 내 갈등만 증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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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2일 법원 내부 전산망(코트넷)에 조사결과를 게시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 등을 분석해 대응방안을 담은 문건으로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법관 언행 관련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 방안 ▲판사들의 비공개 커뮤니티인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 현황 보고 ▲상고법원 관련 내부 반대 동향 대응 방안 ▲특정 판사들의 내부 게시글 및 언론 투고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등이다.
그러나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문건의 대응방안을 실제로 실행했는지 여부는 조사범위가 아니어서 조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긴 했으나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작년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임자를 겨냥해 무리하게 조사를 강행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구체적 현안에 대한 특정판사들의 동향 파악 자체가 블랙리스트”라는 반박도 나온다.
작년 11월 출범한 추가조사위가 행정처 PC를 사용자 동의없이 강제 개방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 등 7명을 비밀침해죄·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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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추가조사위가 찾아내 공개한 문서 중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서에는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에 걸쳐 법원행정처가 특정 외부기관(BH), 여야 각 당, 언론, 법원 내부의 동향과 반응을 파악해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항소심 판결 선고 이전에는 외부기관(BH)의 문의에 대해 우회적·간접적으로 항소심 담당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항소심 판결 선고 이후에는 사법부의 입장을 외부기관에 상세히 설명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원 전 원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에는 “우 수석이 불만을 표시하며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으면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했다고 청와대의 동향을 파악해 둔 문건도 있었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뒤 파기환송됐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 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에서는 A판사가 의장으로 당선됐을 경우의 문제점과 그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단독판사 중 최선임자인 B판사를 적극 지원하고 B판사에 대한 지지발언을 할 판사 섭외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원의 판사회의 의장 경선과 관련해 출마 예정자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는 선을 넘어 다른 판사의 의장 경선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대응 방안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부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