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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중 무역협상) 합의 과정에서 (ZTE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한) 거래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예상하는 건 (ZTE가) 10억달러(1조800억원)가 넘는, 아마도 13억달러(1조4000억원) 정도의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며 “(ZTE는) 새로운 경영진과 이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매우 엄격한 (미국의) 보안규칙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제2차 미·중 무역협상 공동성명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ZTE 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미 중국이 오는 7월부터 자동차 수입 관세를 낮추기로 한 상황이어서 미국도 ZTE 제재 완화를 ‘나 몰라라’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미 조야를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주)과 척 슈머 원내대표(민주당·뉴욕주) 등 여야 의원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해야 한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안보이익을 해치는 양보를 해선 안된다”며 ZTE 제재 완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더 나아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미 의회 승인 없이 ZTE 제재를 완화할 수 없도록 한 개정안을 압도적(찬성 23·반대 2) 지지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미, 북·미 정상회담과 별 관련이 없는 ZTE 제재 완화 문제를 거창하게 설명한 배경이다.
앞서 ZTE는 지난 4월16일 미국 상무부로부터 이란제재 위반 혐의 등으로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하는 제재를 받았다. ZTE는 미국 퀄컴 칩 등을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존폐 위기에 몰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ZTE가 미국의 제재로 이미 최소 31억달러(약 3조35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WSJ은 전날(2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국이 ZTE 문제를 해결하고자 큰 틀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WSJ은 구체적으로 “ZTE가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령이 풀리는 대신, 그 대가로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에 대해 큰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 조야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트럼프 대통령은 ZTE 제재 완화 문제를 조만간 일단락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