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지금 북한 정권은 가혹한 공포정치로 북한 주민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저는 고통받는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에 와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놓고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통령 자문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 행사에서 “북한 체제가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처럼 말했다.
박 대통령은 “탈북민은 미리 온 통일로, 통일 과정과 통일 후에 남북의 주민이 하나가 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며 “정부는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북한 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고 적응해 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는 북한의 간부와 군인도 예외일 수 없다”며 주민 외에도 간부·군인에게까지 재차 ‘탈북’을 권유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한 탈북 권유와 11일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후속조치 주문에 이어 ‘통일 징검다리’라는 탈북민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까지 부여, 더 선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어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일종의 ‘북한붕괴론’과 맥이 닿아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이 자신들에게도 자유와 인권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계속 전달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탈북 홍보전’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탈북 권유 정책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 과정을 연구해온 많은 학자는 서독이 동독에 대해 주민 인권 개선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동독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해 자유와 인권 의식을 높인 것이 통일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며 독일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일각에선 “대북정책의 초점이 북한붕괴론에 근거한 것이며,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한 야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에 대해 박 대통령은 “눈앞의 구체적인 위협인 북한 핵무기가 노리고 있는 대상은 다른 국가가 아닌 바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라고 거듭 당위성·필요성을 설명한 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는 일 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고 주어진 책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대통령이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 만난 건 지난 5월 미국, 6월 일본·중국·캐나다·중남미 지역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다. 유럽·동남아·오세아니아·중동·아프리카·러시아·중앙아시아 지역 92개국 자문위원을 비롯해 유호열 수석부의장 및 송창근 아세안부의장, 박종범 유럽부의장 등 53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