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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산지의 ‘내륙 북상’이다. 망고는 전남 영광, 경남 통영·함안을 넘어 충남 부여 등지에서 고품질로 출하되고 있으며, 바나나 역시 고창, 진주, 합천을 거쳐 경기 안성까지 재배 한계선이 올라왔다. 기상 이변으로 사과, 배 등 전통적인 과수의 재배가 어려워지자 농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애플망고나 바나나 등을 대체 소득 작물로 적극 도입한 결과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외식·디저트 업계에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실제 로컬 카페와 고급 호텔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국내산 생과일을 활용한 프리미엄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카페 웨스트그라운드는 대형 온실에서 애플망고와 바나나 등을 직접 재배해 메뉴로 내놓는 ‘팜 투 테이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곳은 수입산의 고온 증열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국산 생망고 특유의 풍미를 앞세워, 제철 4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중시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 아열대 과일 디저트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내륙산 망고 재배지인 전남 영광의 ‘망고야농장’ 역시 지역의 다양한 디저트 카페에 납품 중이다. 웨스트그라운드 사장은 “해외 수입망고에 비해 과육과 향이 뛰어나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 온다”고 설명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신라호텔 등 대형 호텔 베이커리 역시 수입산의 증열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국산 생과일만의 풍미를 앞세워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주도하는 추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제주에서만 생산되던 애플망고가 남해에서도 생산되기 시작했다”며 “고당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제주산, 통영산 애플망고를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F&B 산업의 원가 상승이라는 리스크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고부가가치 식자재 시장을 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입 열대과일은 장거리 해상 운송 중 부패를 막기 위해 완전히 익기 전 조기 수확해 나무에서 완숙된 과일보다 향과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외래 해충 유입 방지를 위한 고온 증열 처리를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육의 세포 구조가 변형돼 식감이 퍽퍽해지는 스펀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기후 변화로 내륙산 아열대 과일의 생산량과 품질이 안정화되면, 수입산 냉동 과일을 완전히 대체하며 F&B 업계의 새로운 킬러 식자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