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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장관, 김영란 위원장 만나 "산재 사망사고 처벌기준 강화" 요청

김소연 기자I 2020.06.03 18:00:00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벌금 420만원 불과
"대형 인명사고 반복돼…엄정한 처벌 필요"
사법부에 산안법 위반 양형기준 강화 요청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등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함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에 따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사법부에 전달했다. 산업재해 사망사건의 형량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벌금 평균 부과 액수도 400여만원에 불과해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3일 김영란 양형위원장을 만나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에 대한 고용부 의견을 전달했다. 고용부 제공.
◇사망사고 발생해도 벌금형 대부분…벌금은 400여만원 불과

이 장관은 3일 오후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양형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4일 양형위원회에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그간 대형 인명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해도 기업이 안전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안전조치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기에는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올해부터 원청과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으나 현 양형기준에 반영돼 있지 않다. 개정 산안법에는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법인의 경우 벌금형 상한액을 10억원으로 높였다.

그러나 현재 양형위원회의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6년 제정됐다. 실제로 형량을 정할 때는 개정 산안법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산안법 위반은 과실치사상법죄군으로 설정돼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면 일반 형사 범죄인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기본 8개월~2년)보다 낮은 형량(6개월~1년6개월)을 정하도록 권고한다.

이에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져왔다. 지난 2013~2017년 5년간 산재 상해·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 2932명중에서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사람은 2.9%(86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벌금형(57.3%, 1679명)이나 집행유예(33.5%, 981명) 처분을 받았다.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평균 부과액은 400여만원 수준이었다. 개인은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다. 기업에서 중대재해로 사망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하더라도 벌금만 내고, 이후 안전관리에 힘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산재 사망사고, 기업 범죄…처벌강화로 경각심 제고”

이날 이 장관은 산안법 위반 사건을 독립범죄군으로 설정해 양형기준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요구가 매우 엄중해졌고, 대량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과 달리 기업이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범죄 성격을 가져서다.

또 산안법 위반시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해줄 것도 요청했다. 현재 산안법 위반 사건 대다수가 벌금형이 부과되고, 기업(법인)에 대한 제재수단은 벌금형이 유일하다. 벌금형에 대한 적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고 개정 산안법에서 법인에 대한 벌금형이 1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 점을 고려하면 이에 맞는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해서다.

이 장관은 “산업재해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산재사망률을 기록하는 등 부정적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사업주가 법을 지키지 않은 이유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 인명사고나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 등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면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소중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양형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제7기 양형위원회에서 산안법 양형기준에 대해 적극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7기 양형위원회는 내년 4월 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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