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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美 알래스카 LNG 투자 압력…“신중 검토해야”

김형욱 기자I 2025.03.18 16:14:13

던리비 주지사 내주 방한…산업장관 만남
불확실성 큰 대규모 사업에 우려 크지만,
4월 관세 예고에 단호 거절 어려워 ‘고심’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알래스카주(州) 천연가스 개발 사업 참여 압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불확실성 큰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따르지만, 미국의 관세 압력에 대응한 다양한 협상 카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정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알래스카의 한 유전 모습. (사진=코코노필립스 알래스카 홈페이지)
1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는 24~25일 한국을 찾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다. 그는 이 기간 안 장관 등에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대한 한국 측 투자를 요청할 전망이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프로도 베이 가스전 생산 천연가스를 1300㎞ 떨어진 남부 앵커리지 인근까지 송유관으로 옮겨 액화한 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것이다. 알래스카 주정부가 액손모빌 등과 함께 2012년 추진했으나 초기 추산 450억달러(약 64조원)의 막대한 사업비용과 여러 불확실성 탓에 10여년 간 정체해 오다가 올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추진 동력을 얻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이란 세계 2~3대 LNG 수요국의 투자에 기대서 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취임 후 직·간접적으로 한·일 정부에 투자를 요청했고, 한·일은 미국의 관세 부과 압력 속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일본은 이미 올 2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적극적인 참여 의향을 밝혔고, 한국 역시 지난달 26~28일(현지시간)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방미 때 이 사업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현지시간) 첫 의회 연설에서 “일본과 한국 등 다른 나라가 수조달러씩 투자하며 우리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의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더그 버검(Doug Burgum) 미국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의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통상적인 가스전 개발도 상업적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이는 가스전 개발뿐 아니라 북극과 맞닿은 혹독한 기후환경에서 1000㎞ 이상의 가스관을 짓는 사업이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움직임에 화석연료인 LNG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알래스카가 생태계 보호 이슈에 특히 민감한 지역이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탄소중립 필요성을 부정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단 벌이더라도, 4년 후 정권 교체 이후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추진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섣부르게 투자 약속을 하면 과거 해외 자원개발 투자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에 관심을 표명하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제안을 쉽사리 거절할 순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오는 4월2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불리한 관세 부과를 결정한다면 한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불확실성이 크다고는 하지만 이 사업에 성과를 낸다면 우리로선 LNG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와 함께 우리 철강·조선·건설 기업의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효과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동맹국 지위를 공고히 함으로써 지정학적 이익이 뒤따른다.

정부도 이 같은 득실을 고려해 신중히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과제 같은 사업이기에 주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측 구상을 다각도로 확인하고 그 사업성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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