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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급진적 우파 경제학자 출신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페소로 정기적금을 든 사람은 만기가 되면 다 빼라. 페소는 가치가 없다”라”며 “페소는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이 발행하는 화폐이기 때문에 쓰레기이며, 거름으로도 못 쓴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공식 환율은 지난 8월 달러당 365페소(약 1400원)로 고정됐다. 하지만 암시장 환전소의 호가는 이날 달러당 945페소(약 3600원)에 달해 하루 만에 7.4%나 급등했다.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차이는 165%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극우 성향 밀레이 후보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달러화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운용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8월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에 오른 뒤 꾸준히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밀레이 후보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달러화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필요한데다, 아르헨티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등 달러화도 부족해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밀레이 후보의 공약으로 달러 수요가 더 높아져 페소화 가치 급락을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약 13조6000억페소가 정기 예금으로 묶여 있어 밀레이 후보가 당선되면 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22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45% 이상의 지지를 얻거나, 40% 이상의 지지를 얻었으며 2위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인 후보가 승리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킨 후보가 없으면 지지율 1,2위 후보가 11월 9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를 치르더라도 밀레이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의 물가 전년동월대비 124.4% 상승해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내년 물가 상승률이 3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