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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경찰관·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관련해 경찰 내부 보고 누락에 고의적인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강 청장도 불명예스럽게 조직을 떠난 전직 청장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장 수난사 ‘자의반 타의반’ 사퇴에 검찰수사·감옥행도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경찰청장 중임금지 및 임기제(2년) 도입 이후 8명의 전임 청장 중 실제 2년을 채운 것은 이택순 전 청장(13대·2006년 2월 10일 ~ 2008년 2월 9일)로 단 1명 뿐이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보장을 위해 임기보장을 법(경찰법)으로 규정했지만 재임 기간 중 각종 사고 및 부실수사, 비리의혹과 이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중도하차했다.
임기제 첫 청장인 최기문 전 청장(11대·2003년 3월 21일 ~ 2005년 1월 19일)은 임기만료를 2달여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당시 사퇴배경을 두고 여권과의 갈등설 및 국회의원 출마설 등이 나오기도 했다.
중도사퇴한 청장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건에 대한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준영 전 청장(12대·2005년 1월 19일 ~2005년 12월 30일)은 2005년 11월 농민대회 시위 때 과잉진압으로 참가자 2명이 숨지자 사퇴했다. 조현오 전 청장(16대·2010년 8월 30일~2012년 5월 1일)은 수원여성 살인사건(오원춘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대응 비판여론에 자리를 내놨다.
강 청장의 전임인 이성한 전 청장(18대·2013년 3월 29일~2014년 8월 23일)의 경우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사건 부실수사가 발목을 잡았다.
김기용 전 청장(17대·2012년 5월 2일~2013년 3월 29일)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임용돼 박근혜 정부가 출범(2013년 2월 25일)하자마자 한달 만에 물러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임기제 취지는 정치적 중립의 보장이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선호도로 좌지우지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을 못하는 데 무조건 보장은 아니다. 정책실패나 역량부족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 수장이 수사의 대상으로 전락한데 이어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도 상당하다. 지난 1991년 경찰청 출범 이후 역대 수장 총 18명 중 9명이 기소돼 법정에 섰으며 이 중 8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임기제 총장 중 유일하게 2년 임기를 다 채운 이택순 전 청장도 재임시절인 2007년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미화 2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퇴임 후 불구속 기소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33만원을 선고 받았다.
강희락 전 청장(15대·2009년 3월 9일 ~ 2010년 8월 30일)은 함바(공사현장 식당) 브로커에게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돼 징역 3년 6월을 받았다.
최기문 전 청장의 경우 퇴임 뒤 한화건설 고문으로 재직하다 2007년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 현직 경찰서장 등에게 사건의 축소·은폐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0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같은해 8.15 특사 때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조현오 전 청장은 2010년 3월 당시 서울경찰청장 재직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2014년 5월 만기출소했다.
가장 최근에는 허준영 전 청장이 지난 4월 검찰에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퇴임 뒤 코레일 사장 시절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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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청장 재임시절에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농민 백남기씨가 8개월째 의식불명인 사건이 있었지만 진보 성향의 일부 시민단체들 외에는 사퇴요구는 없었다.
그러나 경찰청 감찰과가 지난 24일 SPO와 여고생 성관계 사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일 사전에 사건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조직적 은폐의혹이 나오는 등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급기야 강 청장과 이철성 경찰청 차장, 이상식 부산청장 등도 감찰조사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상명하복이 생명인 경찰 조직에서 수뇌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지 의문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선 경찰관들의 비위와 기강해이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한 경찰이 강남 유흥업소에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전북소속 경찰들은 길거리에서 30대 여성을 성추행 하는가 하면 교통사고 조사를 받으러 온 시민에게 금품을 요구하다 잇따라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내부에서는 강 청장이 “임기종료 때까지 검·경 수사권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실제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강 청장의 경찰대 선배인 황운하 경무관(경찰대 교수부장·경찰대 1기)은 최근 SNS에 “(강 청장은) 조직의 과제 해결보다는 자리보전 또는 퇴임 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매몰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찰관·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관련해 해당 경찰관의 행위와 보고누락 문제 등을 모두 조사한 뒤 경찰청장이 판단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경찰 조직을 살리기 위해 수장이 어떤 결심을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