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민감국가 해제' 뒷북 노력 속…트럼프 '협상 지렛대' 우려도

김인경 기자I 2025.03.18 16:13:41

외교부 "외교정책상 문제 아닌 연구소 보안 관련 문제"
4월 15일 '민감국가 리스트' 발효 앞두고 범정부 대응
규제 크지 않다고 하지만…한미 과학 협력 난항 우려 확대
다음달 2일 상호관세 부과 앞두고 대미협상 부담 지적도

[이데일리 김인경 김형욱 기자] 미국 정부가 보안상 문제를 이유로 올해 1월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핵무장론이나 비상계엄 사태와 상관없는 보안상의 문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음달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가운데 민감국가가 대미협상에 새로운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목록[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8일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감국가 리스트가 다음달 15일 효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한국을 제외시키기 위한 노력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관계부처 차관들을 불러 구체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외교부는 전날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목소리가 커진 핵무장론이나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 탓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우리 정부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랐지만 1993년 시정요구와 협의를 통해 1994년 7월 제외가 결정됐던 만큼, 막판 협의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미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감국가는 국가 안보와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등 정책적 이유로 특별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현재 한국은 민감국가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이름을 올린 만큼, 규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미 양국 연구진의 밀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에너지부가 관장하는 원자력 분야나 인공지능, 양자컴퓨팅에서의 협력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민감국가 목록이 현재 발효된 것은 아니다. 다음 달 15일부터 본격적인 조치가 시행된다. 이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직접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과 해제가 트럼프 2기 ‘지렛대’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정을 철회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가뜩이나 대미 협상 부담이 큰 형편에 새로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민감국가 지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아니라 바이든 정부의 조치이지만 지금 한국은 불안정한 정치 상황 탓에 외교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의 한미 현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감국가 해제 등을 거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이데일리 DB]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