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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중동전쟁 가능성 낮아…이란 직접 참전 불가능”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50년 만의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가담하면서 일촉즉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처럼 이스라엘과 아랍 전역 대결구도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주변국들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안에서 벌어지는 일로 제한하고 싶은 게 속내”라며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에서 지지성명이 나오긴 했지만, 다수의 의견이라기보다 이란과 가까운 정파에서 내놓은 메시지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배후로 지목된 이란의 직접 참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이란이 그간 하마스나 헤즈볼라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왔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해 왔기에 이들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이란이 주도적으로 전쟁에 참전해 확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도 “레바논 헤즈볼라 외에는 다른 주변국이나 이란이 직접적으로 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지금 이 시점에 기습 공격을 한 주요 배경으로는 이스라엘과 아랍 이슬람권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간의 관계 정상화를 불편해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하마스가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움직임의 판을 흔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열심히 관계 정상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당한 진척이 있었고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며 “이게 실제로 체결되면 하마스에도 안 좋고 이란에도 안 좋아 (중동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이번 충돌로)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며 “앞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유가 오르겠지만…경제 충격은 제한적”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더 커진다면 산유국들이 모여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며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유가 5~10%만 올라가도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전운이 감돌고 불안감 올라가면 심리적으로 투자수요 위축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5차 중동전쟁 수준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낮기에 우리에게 미치는 경제 여파도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성 교수는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기에 심리적 불안으로 출렁이는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에 단기간에 유가는 출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해당 지역에서만 충돌이 국한되면 전 세계 공급망이나 유가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유가가 충돌 하루 만에 4% 올랐지만 크게 오른 것은 아니고 주식시장도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오르고 있어 경제적 충격 여파는 크게 번질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생산국인 러시아와 달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요 산유국이 아닌 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치는 여파가 다를 것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이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에너지 생산국이라 미치는 영향이 컸지만,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중심이며, 팔레스타인은 특별히 생산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보복을 하마스 이상으로 이란 등에 공격을 감행한다면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외교 정책 실패…美 내년 대선서 악재”
이번 충돌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 실패’라는 지적도 나오며, 향후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 교수는 “바이든의 외교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에선 국내 정치·경제 이슈가 훨씬 더 중요하기에 대외정책은 가중치가 실리지 않는다고 보는 게 정설이지만, 이번 충돌은 드라마틱하고 더구나 이스라엘 문제”라며 “트럼프가 자꾸 이야기를 꺼내면서 각을 세우고 있어 미 대선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 교수는 “4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바이든에게도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도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어느 한 쪽도 편들지 않아 트럼프 때와 달리 줄다리기 형태이다 보니 어느 한 쪽도 만족하지 못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패색이 짙다는 얘기가 나오고 이란에 대한 자금 동결 해제와 이번에 이스라엘 문제도 얽혀 바이든의 외교정책 실패로 드러나고 대선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부 혼란 영향 탓…인질이 변수”
이스라엘의 내부적 혼란이 외부 정쟁을 불러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개혁 등으로 심각한 정쟁에 휩싸인 상황이 하마스가 등 뒤로 비수를 꽂기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교수는 “하마스가 공격 타이밍를 잡을 때 이스라엘 내부 혼란은 매우 좋은 기회였을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극우인 네타냐후의 장기집권과 초강경 압박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쟁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 인질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 교수는 “하마스가 민간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데 이를 다 포기하고 하마스와 충돌하는 작전은 이스라엘에 부담”이라며 “인질을 하나하나 구출하는 협상을 하든, 봉쇄하든 해야 할 텐데 그런 측면에서 인질 문제 때문에 더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보는데 몇 달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