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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공급 손해보전 없으면 가동 어려운데"…마스크 업체만 쥐어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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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기자I 2020.03.04 15:33:26

마스크 업체 A사 "필터 소진으로 생산 중단"
정부, 마스크 공적 판매 비율 80%로 확대
기존 거래처 납품 못 맞추고 손실은 커져
"필터수급, 손해액 지원 등 정부가 해법 내놔야"

경기도 소재 한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근로자가 마스크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MB(Melt Blown)필터가 동났습니다. 필터가 들어오기 전까지 마스크 생산을 중단합니다.”

정부가 마스크 공적 판매 비율을 50%에서 최대 80%까지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한 지난 3일. 경기도 소재 마스크 제조업체 A사는 MB필터 소진으로 공장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 업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일 마스크 3만장을 생산하고 있었다. A사 대표는 “지난주에 들어오기로 한 MB필터가 오늘까지 결국 들어오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언제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조 핵심 소재인 MB필터 부족 현상으로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마스크 공적 판매 비율을 늘리기로 하면서 업체들의 손실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마스크 업체만 쥐어짜기보다 실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MB필터 수급난을 해결하고, 공적 판매 비율 상승에 따른 업체들의 금전적 손실도 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해 현재 50% 수준인 공적 판매 비율을 8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마스크 긴급 수급조정 조치’를 발동, 하루 국내 마스크 생산량 50%(약 500만장)를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매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적 판매 비율을 최대 80%까지 더 올린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스크 업체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트렸다. 여기에 더해 당·정·청은 이날 마스크 수출 물량을 거의 없애고, 주말 생산까지 독려해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정부 대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B사는 “공적 판매처 납품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기존 거래처 납품이 줄어든다. 이미 마스크 절반을 납품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올리면 기업으로서 정말 갑갑한 상황”이라며 “공적 판매처 납품단가가 일반 거래처보다 낮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적 판매처에 납품하는 마스크 단가는 일반 거래처보다 약 20% 정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마스크 업체 C사 역시 “공적 판매처 납품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도 있지만, 장기계약한 고객들에게 약속을 못 지킨다는 점이 더 안타깝다”며 “거래처들도 어차피 다 국내에 유통할 텐데, 최소한 생산이라도 늘릴 수 있게 원자재 수급 문제는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적 판매처 납품량을 늘리고 기존 거래처와 계약도 유지하려다 보니 과부하 현상도 목격된다. 마스크 업체 D사는 “마스크 제조 설비들이 대부분 중국산이다보니 수율이나 내구성이 안 좋다. 거기에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다 보니 잔고장이 많은 상황”이라며 “그런데 중국 장비 업체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생산에 언제 브레이크가 걸릴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후 경북 구미시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해 마스크 원자재인 MB필터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제공)
MB필터 부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물량의 20%가량을 차지하던 중국산 필터 수입이 뚝 끊긴 데다가, 공기청정기나 청소기·에어컨 필터 등 다른 용도로 쓰이는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레이첨단소재, 크린앤사이언스 등 일부 소재 업체들은 생산라인을 마스크용 필터로 전환하고 있지만, 이미 주문받은 다른 용도 필터를 생산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 필터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미 24시간 쉴 새 없이 필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다른 필터 생산라인을 마스크용으로 돌려야 하는데, 추가 설비 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주도해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원자재나 설비 보수, 손해보전 등 구체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스크 업계 관계자는 “공장 비상근무체제가 길어지면서 근로자들의 과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가적 위기 극복에 업계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정부도 원자재 수급 문제나 설비·인력 등 구체적인 해법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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