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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나이들수록'…여성의 삶 고달프다

한정선 기자I 2016.12.15 15:49:23

75세 이상 노년 여성 삶의 질 0.75,남성(0.85)보다 0.1 낮아
여성 청소년 스트레스 주원인 성적 이어 외모

14일 오후 서울 중계본동 104마을에서 한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진눈깨비가 내리는 골목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서울에 사는 A(72·여)씨는 노름으로 전 재산을 탕진한 남편과 일찌감치 이혼한 뒤 혼자 폐지를 주으며 살고 있다. A씨는 “딸이 있지만 간혹 왕래하는 정도”라면서 “내가 도움을 받진 않지만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홀로 딸을 키우며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든 A씨는 건강이 악화돼 약 없이는 거동이 쉽지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독거 노인의 건강상태가 남성 독거 노인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시가 발간한 ‘2016년 성(姓)인지 통계: 서울시 여성과 남성의 건강실태 분석’에 따르면 혼자 살면서 고령인 여성의 삶의 질은 열악하다. 서울시는 “현재 고령 여성이 아이들을 키우던 시기에는 경제적 역할을 주로 남성이 담당했다. 남편의 부재는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초기 노년(65~74세)의 여성 삶의 질 지수(1에 가까울수록 삶의 만족도 높음)는 0.85, 남성의 삶의 질 지수는 0.91로 나타났다. 75세 이상인 노년 여성의 삶의 질은 0.75로 남성(0.85)보다 0.1 낮았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원인에 청·중·장년기는 시간적 이유(여성 42.6%, 남성 48.9%)를 들었지만 노년기는 경제적인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노년 여성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비율이 59.8%, 남성은 52.4%로 여성이 7.4%포인트 높다. 여성의 경우 혼자 살수록 건강에 더 신경을 쓰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건강’의 관점에서 볼 때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여성의 ‘삶의 질 지수’는 0.87로 여성평균 0.92보다 0.05 낮았다. 1인 가구 남성(0.94) 지수가 남성평균(0.95)과 별 차이 없는 것과 비교된다.

1인 가구 건강실태를 보면 여성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율은 여성 평균 38.8%보다 19%포인트 높은 57.8%였다. 우울감을 경험한 1인 여성 가구는 1인 가구 남성(11.2%)보다 6%포인트 높은 17%, 스스로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8.4%로 여성 평균(15.8%)에 비해 높았다.

청소년 건강을 살펴보면 스트레스 원인 1위는 남녀 모두 ‘성적과 진로에 대한 부담감(남학생 59.3%, 여학생 64.5%)’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여학생은 ‘외모(11.4%)’, 남학생은 ‘부모님과의 갈등(16.1%)’이 2위를 차지했다.

여학생들은 특히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실제 비만율은 남학생(13.7%)이 여학생(6.6%)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정상 체중 여학생의 절반 이상인 50.7%가 자신을 비만이라고 생각해 자신이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남학생(30.7%)비율보다 높았다.

김용석 서울시 여성정책평가팀장은 “성별로 불평등한 현상을 철폐하기 위해 이번 성인지 통계를 추진했다”며 “성별에 따른 건강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성인지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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