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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지적한 부분비핵화 및 단계적 접근은 북한이 단번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영 변핵시설 동결 및 부분 신고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한반도 비핵화를 완성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궤를 같이 한다.
보고서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거나 악화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함에 따라 근본적 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상황 관리를 하면서 다음 기회를 모색하자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대북 제재를 형해화하고 한미 동맹을 급격히 약화시키는 반면 다음 단계로 이행되지 않을 우려가 매우 크다”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다방면에서 미국의 단계적 접근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봤다. 북한은 끊임없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며 미국이 비핵화의 대가로 제시하는 보상보다 더 큰 보상을 요구할 설명이다. 미국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면서 이같은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을 크게 봤다.
아울러 “북한의 핵실험 재개, 대륙간탄도미사실(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같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이 있을 경우에는 강경압박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 핵·미사일 문제와는 별개로 인권 문제를 대북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에 대해 미·북간 갈등·충돌 가능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이에 대해 미국정부가 동맹국 및 우방들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와 이견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에 호응할 경우에도 북한을 핵 국가로 사실상 인정하는 상태로 진입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사실상 인정된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위협은 관리할 수 있으나 비핵국가인 한국·일본에 대한 위협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일본에 대해 확실한 확장억제방안을 제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제한적 비핵화는 역설적으로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줘 한미동맹의 약화와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포괄적 비핵화 아래서 단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법으로서는 △상시 감시체제와 특별사찰 △구체적인 이행 시간표 설정 △단·중·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움 문서화 등이 꼽혔다.
또 북한에 대한 비핵화 협상과는 별도로 한미동맹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비춰 중간 과정에서의 북한 핵위협에 대한 ‘안정보장’이 중요한 관건”이라며 “과도기 과정을 안보·군사적으로 관리할 한미연합 대비태세가 구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보완장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대사를 좌장으로 한 K-정책 플랫폼 외교안보연구팀은 지난 3월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근혜 정부 당시 제2차관을 지낸 안총기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낸 장호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국방부 정책실장을 지낸 류제승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