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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시바, 트럼프 정상회담 대비 열공…"모범답안 암기중"

방성훈 기자I 2025.02.06 14:40:01

아베 그대로 따라해 트럼프 위협 완화 목표
대미 투자 도표까지 준비…아베 때 통역도 동행
취임전 회동 불발 등 "과거완 달라" 회의론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방대한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암기하고, 일본의 대미 투자 상황을 설명하는 도표까지 준비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6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AFP)


대미 투자 도표까지 준비…아베 때 통역도 동행

이시바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다.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밀월’ 관계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행보를 답습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이시바 총리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던질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미리 마련하고 암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의 ‘스터디’를 함께 하고 있는 한 고위 간부는 “총리께서 일주일 전부터 매일 공부하고 있다. (현재는) 상당히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얼마나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대미 투자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도표도 준비했다. 일본의 직접 투자액이 2019년 이후 5년 연속 가장 많다는 점, 같은 기간 현지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등 미 경제에 대한 일본의 공헌을 시각적으로 피력하기 위해서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해 왔다는 점을 부각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도다.

통역도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동행했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 실장에게 맡길 예정이다.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을 곁에 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오 실장을 ‘리틀 총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한 바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와 그의 내각 조언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과거 아베 전 총리도 성격 분석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지 않는다 △철저히 관심에 따라간다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등의 원칙을 세워 성공적인 회담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와 좋은 분위기 속에 첫 만남을 끝마쳤음에도 회담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또 미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일본과의 자동차 무역이나 환율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치바의 모바라 컨트리클럽에서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취임전 회동 불발 등 “과거완 달라” 회의론도

하지만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시바 총리의 ‘아베 답습 계획’이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바 있어서다. 그는 지난해 말 아베 전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미국을 직접 방문해 회담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이 역시 아베 전 총리를 따라 한 방책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11월 미 대선 직후 뉴욕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났다. 다른 주요 정상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 먼저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러한 아베 전 총리의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아 좋은 첫 인상을 심어줬고, 이후 좋은 관계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 겹치는 3년 8개월 동안 정상회담을 무려 14차례나 개최했다. 아베 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이 7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전 총리와 만난 것이 3번이었다. 나머지 만남은 두 국가 이외 지역에서 이뤄졌다.

얕잡아 보이면 미국 측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의 중반이 지나면서 정상회담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대규모 방위비 증액이나 주일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부담 확대 등을 직접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아베 전 총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을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외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는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케미스트리가 잘 맞을지도 모른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노력해 잘해보고 싶다”며 낙관했다. 이어 “단순히 화내지 말라고, 용서해 달라는 식이 아니라, 일본의 이익이 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개인적인 선물을 준비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금색 클럽을 준비해 환대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수도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손아귀 힘 때문에 곤혹을 치룬 바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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