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강지현 판사는 정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낸 퇴직금·수당 지급 소송에서 “피고는 3350만9000여 원을 지급하라”며 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보라 작가는 9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금액, 돈이 목적이 아니라, 비정규직 시간강사와 정규직 교수의 업무 산정 방식을 동일하게 해달라는 소송이었다”며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업무가 정규직 교수의 일하는 양과 업무의 질적 차이가 없는 만큼 동일한 업무 산정 방식이 필요하다는 증명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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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정 작가의 근로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 15시간 미만 근무 근로자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돼 고용주가 퇴직금과 주휴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정 작가는 “한 학기에 6~9학점을 강의해 왔지만, 강의 준비 등을 고려하면 초단기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주휴·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도 산정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연세대 측은 시간강사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한 강사법 시행 시점(2019년 8월)부터만 계산해 퇴직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강의 준비 및 평가 시간 등을 포함해 수당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정 작가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시간에 강의 준비·평가 등 행정 업무 시간도 포함해 시간강사 근로시간을 강의 시간 3배로 측정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 작가 근로시간은 주당 18~27시간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2010년 1, 2학기엔 이같이 계산해도 주 15시간 미만으로 측정돼 해당 기간을 제외하고 퇴직금을 계산했다. 또 주휴수당과 연차휴가 수당, 노동절 휴가 수당 등의 경우 초단시간 근로자는 아니지만 ‘일반 근로자(주 근로시간 40시간 이상)’에 비해 적게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주 근로시간 40시간 미만)로 보고 금액을 산정했다.
정보라 작가는 “기계적 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건 시간강사를 차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봐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적용할 근거나 규칙, 법 시행령이 없다는 것 역시 시간 강사가 소외된 직업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작가는 “나 이전의 선배들의 (소송) 시도 덕에 나도 나설 수 있었다. 운이 좋아 조금 더 알려졌을 뿐, 나도 선배들의 선례를 따랐다”며 “같은 고민을 하는 시간강사들이 있다면 적극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2022년 4월 정 작가는 연세대를 상대로 7700여만원 상당의 퇴직금, 주휴·연차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0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정 작가 측은 거부했다. 한편 정 작가는 201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시간강사로 재직했다. 항소 여부는 소송을 함께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과 상의 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