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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 돈 퍼붓는 사이 뒤처진 K배터리…직접환급제로 숨통”

김은경 기자I 2025.04.17 18:45:01

[만났습니다]①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직접환급제’ 골자 조특법 개정안 발의
연도·기업 규모 별 ‘차등 지원’ 첫 제안
기업들, 美中 사이 ‘죽을힘 다해’ 경쟁
“황금알 낳는 세계 1위 산업 놓쳐서야”
“배터리 기업들 문 닫기 전 지원 필요”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우리나라 세수 여건이 어려워 기업에 현금을 지원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생산 유발 효과를 따져보면 결코 손해가 아니다. 기업들이 적자로 모두 문을 닫으면 정부는 세금을 어디서 걷겠는가. 정책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국회 이차전지포럼 대표인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의원은 이날 이차전지 세액공제 직접환급제를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했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세계 시장 합산 점유율은 2020년 34.7%에서 올해 2월 17.7%로 급락했다. 중국은 CATL, BYD 등 자국 기업에 1조1000억원(60억위안)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와 200조원(1조위안) 규모의 첨단산업 펀드를 계획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배터리 생산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런 탓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내몰리는 ‘탈한국’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배터리 산업이 도태되면서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입힐 것이란 우려가 컸다”며 “미국 IRA와 유사한 수준의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단 생각에 직접환급제를 구상했다”고 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신영대 의원과의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여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번 법안 핵심 내용은.

△이차전지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이 핵심이다. 배터리에 투자한 기업이 기존에 적용받던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바로 돌려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업이 적자를 내거나 최저한세에 걸려 세액공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미공제 금액을 정부가 환급하거나 제3자에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법에는 단순히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뿐 아니라 국가전략기술사업 생산 촉진 세제 신설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까지 종합 지원 체계를 담았다. 배터리나 반도체, 바이오 등 전략기술을 국내에서 생산에 국내 공급하면 최대 15% 세액공제를 해주고 공제받지 못한 금액은 환급이나 양도 가능하게 했다. 즉 R&D→투자→생산→공급으로 연결되는 ‘전 주기 산업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기존에 발의된 조특법 개정안과 차별점은.

△기업 규모와 시기별로 지원 범위를 차등화한 것이다. 그간 관련법이 여러 번 제안됐지만, 재정 당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어떤 법안이든 처음부터 100% 지원을 약속하면 재정 부담 논란이 커지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법은 시행 첫해에 일부 비율로 지원을 시작하고 기업 규모도 영세 기업에는 높은 지원 비율을 적용하는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는 초기에는 낮은 비율을 적용해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두 번째로 투자세액공제에 국한된 지원 대상을 R&D와 생산활동까지 포함하도록 확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설비 투자에 들어가기에 앞서 R&D나 인력 양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이 부분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투자를 시작조차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실제 국내 소비로 이어질 때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전략산업 촉진 세제를 신설하고 여기에 직접환급 조항을 넣어 국내 투자도 유도하고자 했다. 단순히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원이 아닌 우리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이탈도 방지하는 종합 패키지로 보면 된다.

-국회서 이미 조특법 개정 논의가 있었으나 수년째 법제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배터리 산업 살리기에 공감대가 커 국회 차원에서 초당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이차전지포럼에도 여야 15명의 의원이 참여 중이다. 정치권 의지가 예전보다 확고하기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등 현장을 아는 실무부처는 업계 어려움과 지원 필요성에 공감해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산업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워낙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정부 협조도 끌어낼 수 있으리라 본다.

-이 법안을 꼭 통과해야 하는 이유는.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시대의 심장이자 신재생에너지 시대 핵심이다. 향후 배터리 기술과 공급망을 쥔 나라가 에너지 주도권을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형평성 있는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죽을힘을 다해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이나 중국 정부는 자국에 투자하라고 인센티브까지 주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좋은 기술과 인력, 기업을 가지고도 지원이 부족해서 오히려 해외 투자만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3년(2025~2027년)간 국내 배터리 3사의 국내 투자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해외 투자 금액(66조원)의 3.7% 수준이다. 한국에 투자해도 충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업의 신뢰를 받아야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직접환급제 도입으로 국가 재정 누수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단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는 있으나 이는 사실 비용이라기보단 투자로 봐야 한다. 단순하게는 재정 지출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투자 덕에 수만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거래 기업들 매출도 증대하는 등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 그렇게 창출된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이 내는 소득세,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등이 정부 재정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기업들이 추후 이익이 나면 받을 세금 감면을 현금으로 앞당겨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돈을 주는 것은 아니라서 재정 부담 측면을 너무 과장해서 볼 필요는 없다.

-기업들이 기술 혁신보단 정부 보조금에 기대게 되는 건 아닌가.

△기업들도 기술 혁신과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전기차 수요가 다시 급성장하려면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고 성능이 좋아져야 한다. 주행거리 향상, 충전 속도 단축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성능 개선도 이뤄내야 한다. 승용차용 배터리에 집중된 수요 분야도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격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국내 ESS 시장은 과거 화재 사고로 인한 안전성 우려와 정책 지원 부족으로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기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차전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본법도 필요하지 않나.

△이차전지 산업의 중장기적이고 체계적 육성을 위한 ‘이차전지 기본법’ 즉 일종의 모법(母法)을 마련하겠다. 지금까지는 세제 혜택이나 개별 지원 중심으로 산업을 도왔다면 이제는 전반적인 비전과 전략을 아우르는 기본 틀이 필요하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국가 차원에서 전략기술로서 관리하고 육성할 체계적인 법률 기반이 있어야 한다. 실제 반도체 산업에는 ‘반도체 특별법’이라 불리는 국가 첨단전략 산업법이 존재해 큰 틀을 잡아주고 있지만, 배터리는 아직도 세법과 법률 고시 수준에서 조각조각 관리되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 국내 일자리와 투자를 지켜내려면 개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법적 토대를 반드시 완성하겠다.

신영대 의원은… △1968년생 △전북대 경영학 학사 △전북대 경영대학원 석·박사 △노무현정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경기도교육청 정책비서관 △제21·22대 국회의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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