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는 압박하고 與 반대 목소리 내고…11월 파병 딜레마 빠진 靑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인경 기자I 2026.09.09 15:49:18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검토단계, 정해진 것 없다"지만…국방부 UAE에 조사단 파견
파병 기항지 및 환경 등 조사 후 이르면 17일 NSC에서 논의
민주당 내 반대 여론…송영길 "이라크 파병 때보다 명분 없어"
11월 美 데드라인 "이달까지 파병 방침이나 전력 등 정해져야"

[이데일리 김인경, 파리=황병서 기자] 미국의 파병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사회와 범여권의 반대가 거센데다 야당 역시 한미관계를 두고 공세를 펼치는 만큼,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지난 주말 실사단을 보낸 만큼, 다음주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중 기자들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방안에 대해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검토 단계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파병 방식 등과 관련해 “다 열어놓고 기여 방안을 검토하지만, 이게 전투냐 비전투냐를 검토하는 차원은 아니다”라며 “이번에도 우리의 검토 단계에 맞춰서 논의한 것이지 더 나아가서 논의한 게 없다. 종래와 같은 상황 속에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있는 UAE에 조사단을 보낸 것이 확인되며 파병을 대비한 준비 절차는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부는 전날 “호르무즈 현지 상황파악을 위해 현지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면서도 “현지조사단은 해당 지역 정세 및 안전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들은 파병 시 기항지와 군사거점, 정비·보급여건, 장병 안전과 작전환경 등을 점검한 후 이번주 중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의 보고가 완료되면 이르면 17일 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병을 위해선 NSC 검토 후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정부는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하는 방식과 함께 영국·프랑스가 제안한 ‘다국적 임무’에 참여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 중이다.

다만 파병에 필수적인 국회 의결을 앞두고 시민사회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라크 전쟁 때(파병 결정)보다 더 명분이 없다“면서 ”우리가 침략 전쟁에 반대하도록 헌법 5조에 명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결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나 일본도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을 지낸 김병주 의원도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침략한 전쟁은 대의명분이 없는 전쟁이므로 우리가 휘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파병에 힘을 실으면서도 한미관계 악화 책임을 정부로 돌리는 모양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미국의 요구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고, 이란의 경고에는 움찔하며, 국내에서는 눈치 보느라 결정을 미루는 사이 대한민국 외교는 갈피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역시 으름장을 놓고 있어 우리 국민이나 기업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로 ”주권과 책임을 가진 어떠한 국가도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굴복하여 위대한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침략 행위와 끔찍한 범죄의 공모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브리핑에서도 ”미국의 역내 공격적이고 개입주의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공개적인 군사적 침략 행위에 공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다시 격화하는 상황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최근 이틀 동안 미 해군 군함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두 차례 감행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유조선 5척을 타격했다.

이같은 상황에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파병은 물론 대미투자, 반도체 관세 등 다방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이미 미국 측이 ‘파병을 서둘러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며 늦어도 11월까지 병력·자산을 파견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월 파병을 목표로 할 경우,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파병 방침과 구체적인 전력 구성 등이 정해져야 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센터장은 ”파병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비전투 인력을 보내고 호르무즈에 기여를 한다는 원칙을 이란측에 전하며 갈등을 최대한 관리하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유튜브에서 ”한미 관계 속에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그것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내부 시각도 있다“면서 ”대통령께서 순방을 갔다 오고 나면 좀 더 논의가 있어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 기류를 전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지난 2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