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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구주매출 발목 잡았나…퇴로 막힌 케이뱅크 FI '난감'

송재민 기자I 2024.10.23 18:27:24

상장 재수 실패…FI 엑시트 전략에도 불똥
MBK·베인캐피탈 등 구주매출 물량 내놔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서 ''저조''…연기 결정
장외서 8000원 하회…내년 ''제값'' 받을까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재수에도 실패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노리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나며 오히려 회수를 막은 원인이 됐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기업 상장을 철회하고 상장 시일을 재차 연기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평가를 받으면서 공모구조를 변경해 내년 1분기 내 상장을 재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사진=케이뱅크)
회수를 기대했던 FI들은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IPO에서 구주매출에 나섰던 FI는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카니예 유한회사(엠씨파트너스, 토닉프라이빗에쿼티),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유한회사(제이에스프라이빗에쿼티, 신한대체투자운용) 등 총 4곳이었다. 공모 물량 총 8200만주 중 4100만주가 구주매출 물량에 해당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서 각각 2000억원을 투자해 주당 6500원의 가격에 주식 약 3077만주의 지분을 사들였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9000원~12000원으로, 공모가가 상단 혹은 그 이상의 가격에서 결정될 경우 투자 원금 대비 두 배 이상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공모가 아래로 제출한 기관들이 다수 나타나면서 FI들은 상장 연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평가된 기업가치와 함께 높은 구주매출 물량이 지적됐다. 구주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보유 중이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투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신주모집과는 달리 기존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또한 통상적으로 구주매출 비중이 높았던 기업은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 요소로 여겨진다.

케이뱅크의 상장 시도 실패는 이번이 두 번째인 만큼 재추진 시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한 차례 상장을 추진했다가 증시 부진 여파로 2023년 철회한 바 있다. 고배를 마신 케이뱅크는 내년 초 공모 구조를 바꿔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고 반드시 IPO 실패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케이뱅크의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서 업비트 의존도나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비상장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장외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주식은 8000원을 밑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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