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가 문 대통령을 이같이 저격하고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돌연 언급된 곳은 다름아닌 최씨의 옥중 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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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이 변호사는 우선 대법원과 검찰 등 사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펼쳐냈다.
이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법률 돌격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은 한시적 성격의 사법 판단이었다. 시기적으로 굉장히 짧은 촛불정국 시기에 적용 가능한 한시성을 가진, 즉 영속성을 가질 수 없는 근본적인 취약점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비난의 이유에 대해 이 변호사는 궁예의 ‘관심법’ 법리가 작용했음을 재차 강조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최씨가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은 묵시적 공모라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이같은 논리에 비춰 사법부를 넘어 급기야 문 대통령에게까지 칼을 겨눴다. 그는 “이런 식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문 대통령도 퇴임 후 이 법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울산시장 선거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자주 만나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 역시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묵시적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이 변호사의 도발적 발언은 이틀 뒤인 오는 11일 최씨의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해당 재판과 관련 크게 게의치 않는 듯 “큰 의미가 없다. 절차적으로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단을 하니 선고한다는 정도지, 사실상 재판은 이미 종료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형식적 형사 사법 절차는 6월 11일 종료되지만, 그때부터 역사의 법정이 열려 머지않은 장래에 진실이 나타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판단이 틀렸다는 주장을 고수한 셈.
이외에도 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 목적인 최씨의 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를 소개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를 끌여들였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잘못됐다고 하려면 최소한 최씨 같은 수준의 옥중기가 필요하다”라며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야 대법원의 판결을 뒤엎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옛날 재판을 바꾸는 정당성이나 논리는 부족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이번 옥중 회고록을 통해 “촛불 또는 태극기, 입장 상관없이 최씨가 주장하는 바가 뭔지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알려지면 기울어진 균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제대로 수평을 맞추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씨는 이번 옥중 회고록 내용은 이미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최씨는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계기를 “가족이 없는 박 대통령의 사사로운 일들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풀어냈다. 또 “지금의 정부가 적폐 청산을 앞세워 하는 일들과 각 기관장 임명·정책 등을 보면 그들이야말로 국정농단과 다름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이 박 대통령과 나를 직권남용과 국정농단으로 몰아붙이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법무부장관 후보 조국의 끝없는 거짓말을 보면서 나는 왜 그렇게 버티질 못했는지,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