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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같은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 21일 오전.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4·16 기억교실’(기억교실)을 찾은 김성욱(57)씨는 딸 故 초원(당시 28세·2학년3반 담임)씨의 사진을 한참이나 어루만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딸 얘기가 나오면 그는 고개를 떨궜다.
우여곡절 끝에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1·2층으로 임시 이전된 4·16 기억교실이 이날 시민에 개방됐다. 단원고 학생(사망 250명·생존 75명)들이 사용했던 교실 10곳과 세월호 참사 희생 2학년 교사(7명)들이 사용했던 교무실이 생전 모습 그대로 구현됐다. 별관 입구에 있는 높이 160㎝ 정도의 ‘기억의 나무’ 두 그루에는 아이들의 얼굴과 함께 각자의 이름이 적힌 작은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2층에 마련된 교무실을 찾은 김씨는 “전보다 공간이 좀 좁아진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딸의 책상 한 켠에 놓인 달력은 수학여행이란 글자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16이란 숫자와 함께 여전히 2014년 4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던 딸은 제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던 좋은 선생님이었다. 책상에는 첫 담임을 맡은 2학년 3반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과 ‘선생님의 첫 제자라 행복했습니다’ ‘다음 생에도 꼭 제 담임선생님 해주세요’라고 적힌 제자들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딸이 가르치던 아이들의 교실을 보고 싶다”며 걸음을 옮긴 그는 교실 교탁에 서서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일일이 책상을 돌며 자리에 놓인 사진과 편지들을 읽어본 그는 “2년도 넘게 세월은 흘렀지만 정부는 변한 게 없다”며 “얼른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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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분단 한 가운데에 딸의 책상이 보였다. 사진 속 딸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함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사진을 보면 지금도 딸이 언제든 살아돌아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들은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박모(45)씨는 “두 번이나 둘러봤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꽃같은 아이들이 한날 한시에 목숨을 잃을 수가 있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기억교실이 단순히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공간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장은 “단순히 아이들을 추억하는 공간이 아닌 청소년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4·16 기억저장소 소장은 “기억교실에 오시는 분들이 아이들 한명 한명의 얼굴을 기억해주고 이 아이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억교실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사전에 4·16기억저장소(031-410-0416)를 통해 예약하면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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