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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 회복을 기대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한 지 한 달 만에, 김 위원장은 10대 딸을 대동하고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알려진 무기 시험을 참관했다. 그는 이 무기가 적들에게 “불치의 두통거리”가 될 것이라고 과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이런 태도가 새로 얻은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지만 몰래 핵개발을 이어가 2006~2017년 6차례 핵실험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최대 압박’ 제재와 ‘화염과 분노’ 위협을 거쳐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지만, 두 번째 회담은 결렬됐다. 당시엔 제재가 실질적 압박이 돼 김 위원장이 영변 핵단지 폐쇄를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할 정도였고, 핵무기도 초기 단계여서 저지할 여지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수십개의 핵탄두와 미국 본토까지 닿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탄두를 57개로 봤지만, 독립 기관들은 최대 120개로 추정한다. 북한은 2023년 핵 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영변에서 새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착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이 매년 핵탄두 10~20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제재 효과도 약해졌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동맹으로 돈과 물자를 확보했고, 이를 발판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까 우려하는 중국과의 관계도 되살렸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과 탄도미사일, 병력 약 1만6000명을 보냈다. 한국은행은 북한 경제가 2022~2025년 연평균 3.4%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주민에게 발급한 학생 비자 3만5000여건 중 상당수는 드론 공장 등 취업용으로 의심받는다. 한국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도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비핵화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 핵 문제를 “종결된 사안”이라고 했고, 중국은 침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스스럼없이 ‘핵보유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남겨두고 핵 동결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6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이란 전쟁 이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쪽으로 더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가 출신 빅터 차도 비핵화 대신 군비통제 협상 등을 바탕으로 한 ‘차가운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김 위원장에게 오랜 숙원을 안겨주게 된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탈북한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 태영호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버티면 미국이 파키스탄처럼 핵 보유를 인정할 것이라고 간부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키스탄·인도와 달리 북한은 NPT에 가입해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핵기술을 얻은 만큼, 핵무기를 인정하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핵을 그대로 둔 합의는 일본과 한국을 자체 핵무장 쪽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통령 6명이 북핵에 대응하려 했지만 6명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은 핵무기가 최후의 안전 보장이라는 김씨 일가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란은 핵무기 보유에 근접했지만 끝내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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