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적 약자들의 협상력을 제도적으로 보강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중소사업자 등이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로 협상하거나 공동 대응하는 행위를, 일정 요건 하에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9일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중소사업자 단체협상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예외 인정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에는 공정위 사무처장과 경쟁정책국장, 학계·경제단체 추천 민간위원, 관계부처 등이 참석했다.
이번 TF 출범은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만으로는 ‘을(乙)’의 정당한 몫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정위는 ‘甲乙 동반성장을 위한 乙의 협상력 강화’를 올해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중소사업자들이 대기업 등을 상대로 단체로 협의·교섭할 수 있도록 제도 재설계에 나선다. TF와 병행해 관련 연구용역도 최근 착수했다. 용역은 을의 집단행동을 합리적 범위에서 허용하되 제도 악용을 차단하는 방향의 구체적 설계를 목표로 한다.
구상 중인 시나리오는 우선 일정 규모 미만의 중소사업자가 협상을 위해 공동행동에 나서는 경우, 이를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아울러 중견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과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단체행동에 한해 담합으로 보지 않는 예외를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노동 영역에서는 보다 과감한 접근이 논의된다.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무제공자, 노조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추가 요건 없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사전·사후 심사 부담 없이 정당한 권리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일정 규모 미만의 중소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끼리 모여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해도 담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중간규모 기업들이 대기업과 협상하기 위해 하는 단체행동도 담합에서 적용 제외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다른 조건 없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고 했다.
다만 공정위는 약자 연합이 물가 상승이나 수출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적용 대상·범위·절차를 촘촘히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용역에서도 시장조사와 심결례 분석을 통해 허용 유형을 정교하게 가려내고, 부작용 통제장치와 기대효과를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TF 논의 결과와 추가 의견수렴을 종합해 상반기 중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및 하위규정 개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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