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전국적인 시내버스 파업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만성적인 적자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특히 ‘시내버스 업계 적자 확대→ 버스기사 처우 악화→ 지자체 재정 부담 증가→혈세부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매년 파업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로 버스 승객이 급감하면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심각한 상황인 만큼 요금인상은 물론 업계 구조조정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6일 서울시 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새벽 1시 30분까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라톤 협상을 벌여 파업 2시간여를 앞두고 극적으로 입금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노사 양측이 임금 5%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2020년 이후 2년 만에 임금인상을 단행하게 됐다.
같은 날 총파업을 예고했던 경기, 부산, 대구, 전북, 경남, 창원, 제주 등 나머지 7개 지역은 협상 결과가 엇갈렸다. 부산·경남·제주 등 4개 지역 노사는 첫차 운행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타결했으며, 경기·대구·전북의 경우 버스는 정상 운행하지만 일부 지역에 한해 조정 기한을 연기해 파업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가장 관심이 컸던 서울의 경우 시내버스의 98%에 해당하는 7222대가 멈춰서는 사태를 막게 됐지만, 시 재정 부담은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버스는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노선, 요금 및 재정지원 등을 공공에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현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전환한 이후 매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시내버스 업계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 지원 규모가 해마다 크게 늘고 적자 노선이 많아 감사원 지시에 따라 버스 경영 및 재정 합리화 용역을 연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다”며 “다만 버스감축은 현행법상 운수업체만 가능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에 시내버스의 수송부담률과 일일 이용객수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감차 계획을 수립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19년 기준 437개 서울시내버스 노선 중 405개(92.7%)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업계의 고질적인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내버스 업계의 추가 수익원 발굴, 인수합병(M&A) 통한 경영합리화 등 중장기적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노인 등 무임수송 비용 정부 보전, 수년간 동결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도 전향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은 지난 2015년 현 수준(버스·지하철 각 1200원·1250원)으로 인상된 후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이에 시는 물가상승률,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 평성 등을 이유로 2020년 요금을 200~300원 가량 인상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서민경제 부담을 이유로 물거품 된 바 있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앞서 2019년 9월 기존 1250원이던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45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기인데다 지자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장 교통요금 인상은 어려워 보이는 만큼 버스업계 스스로 운행횟수 조정, 경영합리화 등 자구책 마련을 통해 적자문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