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금융감독원은 8일 삼성증권의 배당사고에 대해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의 부실이 누적된 결과라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조합원 계좌에 주식이 먼저 입고된 이후에 조합장 계좌에서 주식이 출고되는 방식의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서 비롯된 문제로 파악됐다. 더불어 실물주식 입고업무 절차상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도 매도될 수 있도록 주식매매거래시스템이 설계돼 이번 사고와 유사한 `유령주식` 거래가 가능했음이 확인됐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삼성증권의 배당시스템을 통해 실물 입고된 주식 9487건 중에서 입고당일 매도된 것은 총 118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관계법규에 따라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후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금융위원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조치할 예정이다.
잘못 배당된 주식을 내다 팔거나 매도주문한 21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이번주 내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금융위원회는 실제 매도주문이 체결된 16명이 직원에 대해 1500만~4500만원 범위 내에서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전산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삼성SDS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음은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해 김도인 부원장보, 강전 금융투자검사국장, 김진국 부국장,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 등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배당과정에서 조합원 계좌로 주식이 먼저 입고됐다. 순서가 바뀐 이유는.
=삼성증권의 배당시스템 자체는 지난 1999년 9월 도입된 이후 별도로 업그레이드된 적이 없었다. 통상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 A라는 사람에게서 (돈이) 출금된 후 B에게 입금돼야 하고 주식 역시 마찬가지인데 삼성증권은 그 반대 시스템으로 조합원 계좌에 주식이 (먼저) 입고된 이후에 조합장 계좌에서 주식이 출고되는 방식이었다. 삼성증권은 업무 편의를 위해서 결제 순서를 바꿨다고 해명했으며 결국 주식이나 배당이 들어오고 나간 최종 수량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예탁원의 실물주식 확인없이 매도가 가능한 것은 삼성증권만 해당하는가. 최근 5년간 입고당일 매도된 118건은 모두 위조주식에 해당하는가.
=삼성증권은 예탁원에서 확인하기 전에 고객이 요청할 경우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돼 있었다. 다른 증권사의 경우에는 다음날부터 한 달여간 실시하는 내부통제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확인해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잡을 계획이다. 최근 5년간 삼성증권에서 입고당일 매도된 118건의 주식들은 위조주식은 아니고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우리사주 배당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업무 매뉴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삼성증권의 직무분류상 우리사주 관리 업무는 총무팀의 소관임에도 실무적으로 증권관리팀이 처리했다. 이번에 배당업무를 담당한 증권관리팀 직원은 지난 2015년에 해당 업무를 한번 실시한 적이 있었고 3년만에 다시 업무를 맡아서 수행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했다.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제재 수위는 어떻게 되는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하고 여러 절차를 거치기에 아직은 제재 수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관련 증권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조항을 어겼으며 `전자금융거래법`상 안정성 확보 의무에 대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적용할 수 있다. 개별 조항마다 처벌 사항이 별도로 마련된 것으로 아니기에 관련 법규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제재 수위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전체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점검하면서 공매도 주문수탁의 적정성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점검 사항은 무엇인가.
=이번 사고는 공매도와 관련이 없지만 국민들의 의혹 제기가 있어 내일부터 나가는 증권사 점검을 통해 공매도 수탁을 적정하게 하는지 점검하려고 한다.
-삼성SDS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것인가.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도 부당지원 관련 내용을 조사할 것인가.
=삼성증권이 최근 5년간 삼성SDS와 체결한 전산시스템 거래 규모는 2514억원으로 전체 거래의 72%를 차지해 금액 부분에서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공정위에서는 계열사간 거래가 50% 이상이면 문제 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거래 관계에서 다른 거래처와의 계약 조건과 비교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는 금감원 소관이 아니기에 공정위에 혐의사실을 정보사항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보하면 공정위에서 다른 증권사의 부당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참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융위에서 부과하는 과징금은 금감원의 검찰 고발과 별도로 진행되는 것인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어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시장질서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5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장내 주식을 매도한 16명의 삼성증권 직원은 부당이익을 취하지는 않았기에 기본 과징금인 3000만원에서 50% 내외 한도로 과징금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금감원에서는 삼성증권이 주식매도 금지를 공지한 이후에도 매도 주문된 수량이 전체의 78.3%를 차지한 점에 주목했다고 했는데 금융위에서는 매도 금지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주식 매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이 당시에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출장 중이거나 연수, 회의 등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던 직원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삼성증권의 주식 매도금지 공지를 바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