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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김정현 기자] “내년 대선을 생각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을 공격하려 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CNI) 한국연구국장은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두 번째 세션 ‘미·중·일·러 난상회담, 롤러코스터 올라타기’에서 “올해 말까지 북한과 미국이 어떤 협상도 타결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북핵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진단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카드로 북한을 이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하노이 정상회담을 보면 공화당은 돌파구가 만들어 지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아무런 성과가 없이 돌아오게 되면서 민주당에선 더 좋은 딜을 만들어 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고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음에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백악관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생각해볼 때 정권을 바꾸기 위한 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미국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전쟁과 같은 무력 수단은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방안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 독재정권을 포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본토 공격 잠재력이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권과 미국 국민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진보주의자, 신보수주의자의 유일한 공통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이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국민들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해 전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수조 달러가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약 없는 전쟁에 더 이상 인명과 돈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여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이 같은 현실주의적 외교 메시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