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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국민의 성과"…내년부터 조금 더 낸다

이지현 기자I 2025.03.20 17:14:24

보험료율 8년간 0.5%포인트씩 13%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멈추고 43% 상향 조정
40년 납부 25년 수급 시 3.1억원 받는다

[이데일리 이지현 이지은 기자]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07년 개혁 이후 18년만이다. 보험료율 인상은 1998년 9% 인상 이후 27년 만이다. 내년 1월부터 모수개혁이 적용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내 연금 얼마나 더 내고 더 받을까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모수개혁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따라 내년부터 소득의 13%를 보험료로 내고, 가입기간 평균 소득대비 43%의 연금액을 받게 된다. 일하는 동안 보험료를 조금 더 내고 은퇴 이후 연금을 조금 더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1.5%, 수급개시연령은 63세가 적용되고 있다. 40% 정도를 받으려면 내는 돈은 19.7%이어야 한다. 70년 후에도 1년 치의 급여를 주려면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은 18.1%이다. OECD 평균보험료율 18.2%를 감안하면 보험료율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모수개혁으로 내는 돈인 보험료율만 보면 9%에서 13%로 인상돼, 내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연평균 0.5%포인트씩 총 4%포인트가 오른다. △2026년 9.5% △2027년 10.0% △2028년 10.5% △2029년 11.0% △2030년 11.5% △2031년 12.0% △2032년 12.5% △2033년 13.0% 등이다.

월소득으로 309만원을 버는 직장인이라면 올해 국민연금 보험료는 13만 9050원(총 27만 8100원 중 절반 사업주 부담)인데 내년에는 14만 6775원, 2027년에는 15만 4500원으로 매년 짜장면 한 그릇(7725원) 값이 오르는 것이다. 2033년부터는 20만 850원으로 유지된다.

현재 41.5%를 적용받는 소득대체율도 내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된다. 내년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소득대체율 43%가 적용되는 것이다. 1년에 소득대체율이 1.075%씩(1.075%×40년=43%) 쌓이는데, 40년 가입해야 보험료를 낸 기간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액 비율이 43%가 되고, 30년 가입하면 32.25%(1.075%×30년)가 적용된다.

월 소득이 309만원인 A씨가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했을 때 받을 연금은 월 132만 8700원이다. 현행(소득대체율 40%) 123만 6000원보다 9만 2700원 더 많다. 만약 30세에 취업해 59세까지 3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받는 돈은 월 99만 6525원으로, 현재(월 92만 7000원)보다 6만 9525원 더 받게 된다.

만약 같은 소득으로 40년 가입하고 25년 간 연금을 수급한다면 생애 전체에 걸쳐 약 1억 8000만원을 납부하고 3억 1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총 보험료는 5400만원, 총 연금액은 약 2200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크레딧 보험료 지원 혜택까지 추가로 받으면 출산(첫째아 12개월)·군(6 → 12개월) 크레딧 적용 시, 평균소득자 기준 소득대체율 1.48%포인트 인상 효과가 더해져 자녀를 1명 출산할 경우 25년간 총 연금액은 787만원(월평균 3만 3210원 인상) 증가한다. 군필자도 월 1만 2450원 인상된 총 590만원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들은 소득 대체율이 오르더라도 연금을 더 받지 못한다.

보험료를 계속 납부하던 사람이라도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저소득 계층의 경우, 12개월간 보험료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료 13% 인상으로 월 소득이 100만원인 직장가입자는 6만 5000원(절반인 6만 5000원 사업주 분담)을, 지역가입자의 경우 13만원을 온전히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이번 개혁으로 12개월간 매월 6만 5000원의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게 된다.

◇ 연금 전문가들 “의미 있는 한걸음”

연금 전문가들은 모수개혁을 이룬 것에 대해 대단한 일을 이룬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상균 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역대 연금개혁 중 국회가 중심이 되어 합의로 개혁을 완성한 건 없었던 일”이라며 “앞으로도 국회 주도의 개혁이 이뤄진다면 논의 저변도 넓어지고 절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주도로 개혁을 추진하면 이후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 주도로 개혁이 추진되면 행정절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회 연금특위 논의에 대해서도 “구조개혁이 완성될 때까지 특위가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모수개혁을 통해 연금 소진기간을 7~9년 정도 벌었다면 이를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하 전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장(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은 “연금개혁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며 “보험료율을 (9%에서)13%로 올린 것은 국민연금 제도를 만든 지 3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국민이 연금 부담 있음에도 미래세대 전체를 위해 과감하게 지지해준 것이 여야 정치적 합의해준 밑거름이 됐다”며 이번 성과는 국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여야합의로 이룬 모수개혁에 대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다시 소득보장과 재정 안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장기적인 숙의를 바로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계가 남았다”며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를 꼽았다. 오 위원장은 “도시지역 가입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전체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번 보험료율 인상에서 가장 부담이 큰 도시지역 가입자의 연금개혁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구조개혁 과정에선 적정 노후소득보장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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