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스타·에미상 수상자"…TV쇼 캐스팅 방불케한 트럼프 인선

양지윤 기자I 2024.11.20 16:38:24

''닥터 오즈 쇼'' 진행자, CMS 수장 발탁
국방부·교통부 장관은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지명자 발표 때마다 ''미디어 경험'' 강조
트럼프 1기 행정부도 TV 출연 경험자들 요직 배치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부 요직에 TV 진행자 출신을 앉히며 ‘미국 우선주의’, ‘충성파’와 함께 ‘TV출연 경험’이 새로운 인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의 출신 방송인 ‘메멧 오즈’ (사진=AFP)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 수장에 유명 건강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의 진행자인 메멧 오즈 박사를 지명했다. CMS는 1억600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가입한 연방 차원의 건강보험을 총괄하는 곳으로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를 포함한 미국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 및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튀르키예 이민자 가정 출신인 오즈는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그 또한 와튼 비즈니스 스쿨 출신이란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동문이다. 심장 전문의인 오즈는 2005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심장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오프라 윈프리 쇼 건강 코너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2022년 종영할때까지 ‘닥터 오즈 쇼’를 13년간 진행했다. 미국 ‘쇼 닥터’의 기원이자 가장 유명한 TV스타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당선인과는 2016년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닥터 오즈 쇼’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스포츠, 피트니스 및 영양 위원회(PCSFN) 위원으로 임명됐다.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지명자, 션 더피 교통부 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좋아하는 폭스뉴스의 TV 진행자 출신이다. 이스라엘 대사로 지명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폭스방송에서 ‘허커비쇼’를 진행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TV 출연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요직에 배치했다. 트럼프 비판론자로 돌아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래리 커들로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헤더 나우어트 전 국무부 대변인, 메르세데스 슐랩 전 백악관 전략커뮤니케이션 팀장 등 1기 인선 상당수가 폭스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명자를 발표 때마다 ‘미디어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더피 교통부 장관 지명자에 대해 “폭스 뉴스의 스타였으며 MTV 리얼리티 프로그램 리얼 월드 출연 경력도 있다”고 언급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는 “폭스뉴스에서 8년간 진행자로 일했으며, 그 플랫폼을 이용해 우리군과 참전 용사들을 위해 싸웠다”고 강조했다. 오즈 지명자에 대해선 “그는 닥터 오즈 쇼를 진행하며 주간 에미상을 9번이나 수상했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했다”고 칭찬했다.

2016년 인수팀을 이끌었던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8년 전 트럼프가 후보자들을 불러들여 견습생 스타일로 면접을 진행했다”고 회상하며 “올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여전히 TV 쇼를 캐스팅하듯 인선을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자리잡기를 원하는 많은 인물들은 폭스뉴스와 같은 매체를 통해 사실상 오디션을 치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경 관리 차르(국경문제 총괄 책임자)로 지명된 톰 호만 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은 폭스뉴스의 단골 패널로 활동했고, 부통령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방송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게 트럼프 당선인이 발탁한 주된 이유라는 설명이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단 카 FCC 위원 역시 폭스뉴스에 출연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전 NBC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TV 출연이 대선 후보자의 TV 출연을 관장하는 ‘동시간대’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목받았다.

AP통신은 “폭스뉴스는 2020년 대선 개표과정에서 경합주 애리조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가장 먼저 보도하면서 한때 관계가 냉각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폭스뉴스를 열심히 시청하며 보수 진영의 여론을 파악한다”며 “방송에 등장하는 공화당 의원과 전문가들은 종종 당선인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 발언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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