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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민이 국내에 체류하고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1일 서울 중구 인권위 교육센터에서 주최한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제언 토론회’에서는 현행 제도가 배우자와 혼인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할 때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결혼이주민의 체류자격을 △국민의 배우자 △국민과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는 부 또는 모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 상태로 체류하던 중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체류와 국적취득에 필요한 조건 충족을 배우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 이주민 스스로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김은정 한양여대 교수는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이주여성이 입증해야 하는데 한국말 등이 능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해 변호사도 “심사하는 사람의 경험이나 가치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결혼 이주민들은 체류자격 취득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결혼 이주여성 M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데 영주권을 받는 데 수년이 걸렸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서류 마련을 위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오가야 했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주자격 체류자의 57.1%가 남편과 남편 가족으로부터 자격 취득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김은정 교수는 “남편이 없는 결혼 이주여성들은 도움을 청할 곳조차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법에선 혼인한 적이 있는 사람도 결혼이민자로 보는데 실제 현장에선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병승 법무부 이민통합과 사무관은 “국제결혼 피해자들도 있는 만큼 혼인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입국 과정에서 출산·양육 등 진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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