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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에서는 케빈 에쉬튼 전 벨킨(Belkin) 청정기술사업 총책임자, 차인혁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전무), 김명희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 조광수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이 모여 사물인터넷 기술이 바꿀 가까운 미래 세상과 이를 더 앞당기기 위한 과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IoT로 아낀 시간에 즐거운 인생을 누리자”
이날 패널 토의에서 케빈 에쉬튼은 “사물인터넷 발달에 따른 공장 자동화 등으로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일을 덜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영국 출신의 IT전문가인 에쉬튼은 P&G에서 근무하던 1999년 당시 사물인터넷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벨킨에서 청정기술의 핵심 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에쉬튼은 “이러한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산업혁명이 이뤄진 지난 100여년 간 계속 이어져 왔다”며 “과거에는 변화 속도가 매우 느려 새로운 기술을 배울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일 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듯 농경사회부터 인간에게는 근로 의무가 부여됐다”며 “사물인터넷 기술 발달에 따라 전 분야의 생산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근로’와 ‘생존’ 간 상관관계를 다소 분리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한국은 흥미로운 국가다. 세계적으로 소득 불균형 수준 측면에서 정 가운데쯤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에쉬튼은 “기술 발달 및 사회 분배 측면에서 한국은 양극화가 심한 미국같은 나라보다는 걱정이 덜하고 복지가 발달된 북유럽 국가보다는 다소 힘든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 자동화의 가속화에 따라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소득이 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복지 개념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만들어야”
차인혁 전무는 기업이 두려움 없이 도전해야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빨리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전무는 “사물인터넷 산업 증진을 위해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차 전무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어떠한 역량을 갖춰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대부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신사업인 셈인데 새로운 것을 적극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SK텔레콤은 IoT사업부문을 만든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사업단도 만들었다. 아직 초기 단계에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차 전무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도전하다가 암초에 걸릴 수 있겠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대기업이라고 도전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나 조직적으로 두려움을 희석하고 실패를 용인해 재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4차산업이라는 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년쯤 5차 산업이라는 화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며 “하지만 5년 전에 예측했던 기술들이 속속 오늘날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그리고 있는 미래도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 정비·산업진흥 전방위적 역할 필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강조됐다. 김명희 센터장은 “정부의 관련 정책과 법규 개선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플랫폼 분야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포럼 주요 연사인 투마스 헨드릭 일베스 에스토니아 전 대통령이 에스토니아의 코딩 교육 관련 국가가 주도해 활성화했다고 했는데 한국 정부도 참조할 부분이 많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사물인터넷 산업 2000여개 업체 중 55%는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통상 사물인터넷 생태계는 기기,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4가지로 분류되는데 서비스쪽이 비중에 비해 매출이 잘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
김 센터장은 “사물인터넷 산업 매출의 80%는 기기와 네트워크에서 나오는데 서비스와 플랫폼 분야를 적극 지원해 매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 안전,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사물인터넷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며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생성된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센터장은 “최근 각종 사이버 공격 이상징후가 발생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선제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며 “정부통합전산센터도 시대의 발전 수준에 맞춰 스마트한 역량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